EU, 네타냐후 '두국가 해법' 거부시 제재 부과 등 검토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팔레스타인과의 분쟁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가 촉구하는 ‘두 국가 해법’(유엔이 결의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중재안)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네타냐후 총리를 강력 비판했고, 유럽연합(EU)에선 이스라엘을 제재를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진=AFP)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EU는 22일 외무장관 회의를 열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평화 계획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EU는 이번 회의에서 이스라엘이 두 국가 해법을 포함해 EU가 제시하는 평화계획을 따르거나 거부하는 각 선택에 따라 결과를 명시해야 한다고 회원국 외무장관들에게 제안했다.

EU의 한 고위 관계자는 “회원국들에 몇 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있다. 한 가지는 네타냐후 총리의 선택에 따라 이스라엘에 인센티브와 불이익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네타냐후 총리에게 (EU의 요구를) 강요하는 건 어렵다”면서도 “그가 영원히 EU의 파트너로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EU의 평화 계획을 거부하면 제재 등을 부과할 수 있다는 얘기다. EU는 이스라엘과 무역 및 투자 혜택을 우대하는 연합 협정을 맺고 있다. EU는 이스라엘에 대한 영향력이 미국보다 약하지만, 최대 무역 파트너라고 FT는 부연했다.

EU의 조치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요르단(강) 서쪽 모든 영토를 이스라엘이 전적으로 안보 통제를 한다는 내 믿음에는 타협이나 절충이 없으며, 이는 팔레스타인이 ‘국가’라는 것과 상충한다”고 밝힌 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이는 팔레스타인의 주권을 인정하는 두 국가 해법을 공식 거부한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집권 초기부터 팔레스타인에 강경책을 펼치며 두 국가 해법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는 EU와 유엔 등 국제사회의 요구와 정면 대치된다. 국제사회는 그동안 네타냐후 총리에게 대규모 민간인 사상자를 낸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을 즉각 중단하고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촉구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유엔 결의에 따라 두 국가 해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유엔과 영국도 네타냐후 총리를 비판하고 나섰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네타냐후의 발언과 관련해 “이미 전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국가로 인정받고 있는 팔레스타인의 완전한 국가 지위를 부정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팔레스타인 국민이 자신의 국가를 건설할 권리는 모두가 인정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그랜트 섑스 영국 국방장관도 BBC 방송에 출연해 “네타냐후 총리가 정치 인생 내내 두 국가 해법에 반대했기 때문에 놀라지는 않았다”면서도 “실망스럽다”고 했다. 그는 “팔레스타인인은 국가를 가진 자격이 있고 두 국가 해법 외에 다른 방안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영국은 현재 홍해에서 미국과 함께 예멘 후티 반군 공격에 나선 상태다.

FT는 “EU가 장기적인 평화 노력을 진전시키기 위해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가자지구 내 민간인 사망자 수가 증가하고 중동 전역에서 (지정학적) 불안이 촉발됨에 따라 많은 서방 동맹국들 사이에서 이스라엘의 입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