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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롬 신드롬`..노벨경제학상, 해묵은 정통성 논란

김윤경 기자I 2009.10.13 11:45:00

엘리너 오스트롬 인디애나대 교수, 첫 여성 수상
공유재산 지배구조 연구→ `공유의 비극` 해법 제시
정치학 박사로 정통성 논란↔`지평넓힐 계기` 평가도

[이데일리 김윤경기자] 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엘리너 오스트롬(Elinor Ostrom) 미국 인디애나대 교수와 올리버 윌리엄슨(Oliver E. Williamson) UC버클리대 교수, 두 미국인 교수가 공동 수상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는 12일(현지시간) "경제적 지배구조(Economic governance)에 관한 연구의 공로를 인정해 이들을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올리버 윌리엄슨 교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엘리너 오스트롬 교수의 수상은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노벨 경제학상 40년 역사상 첫 여성 수상자였고, 특히 소위 `정통` 경제학자가 아니지 않느냐는 점이 논쟁을 이끌어 내고 있다. 오스트롬 교수는 정치학(political science)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러나 이는 경제학을 협의에 가두지 않고, `사회 과학 방법론의 하나`로 확인함으로써 오히려 경제학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 첫 여성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오스트롬은 누구

엘리너 오스트롬 교수는 1933년 생으로 올해 76세. UCLA에서 학사부터 박사까지 학위를 받았으며, 전공은 정치학. 현재 인디애나대 인문대 정치학과와 행정환경대학원(School of Public & Environmental Affairs) 교수로 있다.

대표 저서는 1990년에 쓴 <거버닝 더 커먼스(Governing the common)>로, 국내엔 <집합행동과 자치제도>라는 제목으로 번역돼 소개됐다.

▲ 엘리너 오스트롬 美 인디애나대 교수
그는 공유재산(common property), 즉 바다나 호수의 물고기, 공유림 등 사회 구성원 전체가 함께 소유하고 있는 자원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정부의 개입이나 민영화를 통한 방식으로 규제되어야 한다는 전통적인 이론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연구를 해 왔다.

그는 공동체 중심의 자체 제도를 통한 협력체계를 통해 공유 재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환경 파괴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게임이론이나 실험 등을  동원해 보여줬다. 고전 경제학의 이른바 `공유의 비극(Ttragedy of Commons; 구성원 개개인의 이기적인 경제 행위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비효율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사회적 딜레마)`을 극복할 수 있는 이론적 배경을 제시한 것이다. 
 
◇ "정통 경제학자 아니다" 비판  vs "경제학 지평 넓힐 계기"  
 
오스트롬 교수의 연구는 꽤 알려져 있고 논문 이용건수도 세계적으로 높은 편이지만, 이날 오스트롬 교수의 수상을 예견한 이는 전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스트롬 교수 역시 이날 오전 6시30분 수상을 알리는 전화가 울리자 수화기를 들 때 "텔레 마케터겠거니" 했었다고 한다. 
 
정치학 박사인 오스트롬 교수가 정통 경제학자가 아니란 점을 둔 설전은 불가피해 보인다. 
 
▲ 영화 `뷰티풀 마인드`에서 존 내쉬역을 맡은 러셀 크로
하지만 게임 이론을 경제학에 접목시킨 미국의 수학자 존 내쉬(그의 삶은 영화 `뷰티풀 마인드`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가 1994년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것이 경제학에 수학과 자연과학의 `세례`를 내린 것이라면 이번 오스트롬 교수의 수상은 더 이상 경제학이 경제학 내부로만 향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한 계기라는 긍정적 평가가 적잖다.
 
결국 경제학도 일반적인 사회과학의 방법론 중 하나로서 정치와 텔레커뮤니케이션, 경영학 등 여타분야와 접목, 오히려 분야를 확대해야 한다는 쪽에서 보면 이번 수상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어 보인다. 

자신을 `정치 경제학자(political economist)`라고 칭하고 있는 오스트롬 교수는 "이번 수상은 가족적 수준이었던 지구 온난화 연구가 이제 커뮤니티 수준으로 확대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뻐했다.
 
또한 첫 여성 수상자라는 점과 관련해선 "내가 살아온 시절엔 여성이 대학원에 가는 것조차 도전이었다"며 "우리는 이미 새로운 시대에 진입했고, 여성이 (사회)과학 부문에서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노벨경제학상은 1969년 스웨덴 중앙은행이 제정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알프레드 노벨에 의해 만들어진 노벨상은 1896년 출범 당시엔 물리학과 화학, 의학, 평화, 문학 부문만 다뤘다.
 
경제학상은 1968년 스웨덴 중앙은행인 스베리어릭스 은행이 1968년 제정했으며, 정식 명칭은 `알프레드 노벨을 기리는 경제과학 분야의 스웨덴 중앙은행상(The bank of Sweden Prize in Economic Sciences in Memory of Alfred Nobel)`이다.
 
1969년부터 2008년까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가운데 42명이 미국인이었고, 8명이 영국인, 3명이 노르웨이인, 2명은 스웨덴인이었다.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 인도, 이스라엘, 캐나다, 전 소비에트 연방에서 각 1명씩 수상했다.
 
지난해엔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는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가 전세계 통상 관련 연구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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