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지표)美 국채수익률이 뭐길래

권소현 기자I 2007.06.22 16:01:10

10년물 5%대로 급등..금융시장 들썩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가치..금리·인플레 기대감 반영
수익률 곡선으로 경기전망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시선이 온통 미국 국채 수익률에 쏠려 있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1년만에 5%대로 훌쩍 뛰면서 채권시장 뿐만 아니라 증시, 외환시장까지도 흔들어 놨기 때문이다. 
 
국채 수익률이 심리적으로 중요한 5%선을 넘으면서 추세선을 이탈하자 지난 5년간 이어졌던 채권시장의 파티는 끝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증시는 채권과 반대로 움직이지만, 국채 수익률 상승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걱정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국채 수익률이 다른 자산에 미치는 영향도 큰 탓도 있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경제에 대한 판단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금리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그널을 주기 때문에 중요한 투자지표가 되기도 한다.
 
특히 미국채는 대표적인 `무위험 자산`(risk free asset)으로 이 수익률이 각종 금리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1bp 오르내릴 때마다 채권 투자자 뿐만 아니라 대출자들의 희비도 엇갈리게 된다.
 
◇IOU..`수익 확정` 

1861년 8월 발행된 미국 국채. 40달러짜리 쿠폰이 붙어있으며 이중 일부는 이자청구용으로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채권이란 돈을 빌리는 대신 주는 증서다. 돈을 빌리는 사람이 "당신에게 빚을 졌습니다"(I owe you, IOU)라고 증명해주는 것. 따라서 발행자는 채권 보유자에게 정해진 날짜에 정해진 금액을 상환해야하며 이표채권(Coupon bond)은 만기까지 정해진 기간마다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컴퓨터가 보급되기 전까지는 대부분의 채권에 이표(coupon)가 붙어있어 이표를 떼어서 발행자에게 보내는 방법으로 이자를 청구했다.

미국 재무부가 단기 재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미국 국채는 만기에 따라 단기, 중기, 장기로 구분된다.

가장 만기가 짧은 국채는 1년 이하로 `Treasury bills` (T-Bills)이라고 부른다. 2년물에서 10년물 사이의 국채는 Treasury notes(T-Notes), 10년물 이상은 Treasury bonds(T-Bonds)로 칭한다. 보통 장기물이라고 하면 10년에서 30년 만기의 국채를 말한다.

만기 1년 미만의 초단기 국채인 T-Bill은 1개월, 3개월, 6개월물로 발행된다. 국채인데다 만기까지 짧아 투자자들에게 가장 위험이 없는 투자자산으로 분류된다. T-Bill은 미국 재정적자를 메우거나 만기가 도래한 국채를 차환발행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보통 `제로 쿠폰`의 할인채로 발행된다. 즉, 이자를 주지 않는 대신 액면금액 보다 낮은 가격으로 발행하는 것이다. 매주 수요일 입찰을 받아 금요일에 발행된다. 최저 거래단위는 1만달러다.

중기물인 T-Note는 2년, 5년, 10년만기로 구성되며 액면가는 1000달러에서 100만달러까지 다양하다. 장기물인 T-Bond의 경우 30년물이 주를 이룬다. T-Note와 T-Bond는 이표(coupon)가 있어 6개월마다 이자를 지급한다.

◇10년만기 美 국채가 `벤치마크`

과거에는 장기 금리를 예측할 때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을 사용했으나 90년부터 2000대초까지 발생규모가 상당히 줄었고 2001년 10월31일 미국 재무부가 30년물 발행을 중단하자 10년물 국채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그러나 연기금 펀드나 대규모 장기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장기 국채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단기채와 장기채간 수익률 차이가 줄어들자 작년 2월부터 다시 30년물 발행을 재개했다. 현재는 분기별로 발행되고 있다.

현재 30년만기 국채를 발행하고 있는 나라는 일본과 유럽이며 프랑스나 영국은 50년 만기 국채까지 발행하고 있다. 이처럼 초장기 국채는 창세기에 나오는 인물인 `므두셀라`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 추이

보통 미국 국채 가운데 10년물이 기준금리로 인용된다. 한국에서 주택담보금리를 양도성 예금증서(CD)를 기준으로 가산금리를 붙이듯 미국 모기지 시장에서는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을 기준으로 금리를 정하는 것. 이밖에 2년물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통화정책에 민감한 만큼 종종 참고금리로 제시된다.

지난 7일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이 1년만에 5%대로 올라서면서 금융시장은 크게 들썩였다. 14일에는 5.29%까지 올라 지난 2002년 4월2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진정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5%대에서 머물고 있다. 2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도 지난 5일 5%를 넘어섰으며 이후 이를 기준으로 등락을 보이고 있다.

◇리스크와 비용·전망의 종합체 `수익률`

채권의 이자 지급이나 원금 상환은 모두 미래의 일정한 시점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채권 가격은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 가치에 따라 결정된다. 이 현재 가치의 계산은 시장 상황에 달려있다. 다시 말해 채권 가격에는 실질적인 무위험 이자율과 기대 인플레이션에 대한 보상, 신용 리스크, 유동성, 시간비용에 따른 보상 뿐만 아니라 다른 자산에 투자했을 때의 기회비용까지 종합적으로 반영된다.

2차 시장에서 유통되는 채권의 시세는 가격, 혹은 수익률로 말한다. 수익률은 채권을 만기까지의 보유했을 때 그 동안 받은 이자와 매수 가격과의 차이에 따른 수익을 연율(단리)로 환산한 것이다.

가격은 수익률과 반대의 개념이다. 채권 수익률이 올랐다면 가격은 떨어졌다는 의미. 따라서 채권 수익률이 급등했다는 것은 채권 시장이 조정세를 보였다는 것을 말한다

가격은 32분위로 표시된다. 예를 들어 액면가 1000달러짜리 국채 가격이 95:07이라고 표시돼 있으면 이는 952.19달러라는 의미다. 7/32가 0.21975이므로 세자리수 미만은 버리고 0.219를 95 뒤에 붙여주는 것이다. 액면가의 95.219%는 952.19달러. 표시방법은 95-07, 95'07 등으로 달리할 수 있다.

                                   6월21일 미국 국채 수익률 현황(출처: Bloomberg)

◇수익률 곡선으로 경기예측한다

일반적으로 채권 가격과 주가는 반대방향으로 움직인다. 경기가 침체 기미를 보이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짙어지면서 채권으로 자금이 몰린다. 이에 따라 채권 가격은 오르고 반대로 고위험 자산으로 분류되는 주가는 하락하게 된다. 반대로 경기가 활황세를 보이면 리스크 선호도가 높아져 주가는 오르고 채권은 하락한다.

늘 역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미국 국채 수익률의 움직임은 앞으로의 금리 전망과 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종합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금융자산 뿐만 아니라 경기 움직임을 예측하는데 중요한 지표라고 볼 수 있다.

경기를 전망하는데 있어서 채권 수익률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수익률 곡선(Yield curve)이다. 만기별 채권 수익률을 연결한 곡선을 말하는 것이다. 보통 장기채가 보유기간이 긴 만큼 리스크도 크기 때문에 수익률도 높다. 따라서 수익률 곡선은 우상향하는 모습을 띤다.

그러나 단기채 수익률이 장기채를 상회하면서 수익률 곡선이 하향추세를 나타낸다면 이는 투자자들이 금리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같은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보통 경기불황때 나타난다. 따라서 수익률 곡선이 역전되면 리스크를 회피하는 현상이 강해져 자금경색을 유발하게 된다.

미국 국채수익률은 작년 중반 이후 내내 역전 상태에 있었으며 특히 올초에는 단기와 중기채간 금리역전이 심했었다. 그러나 6월들어 중장기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면서 수익률 곡선은 정상화됐다. 
 
                                        미국 국채 수익률 곡선(3개월~30년)(출처: Bloomberg)



최근 들어서는 `수익률 역전은 경기침체`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미국 금리 역전 현상에 대해 `수수께끼`(conundrum)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수익률 곡선은 정상화됐지만 국채 수익률 상승에 대한 우려는 높은 상황이다. 모기지나 신용 대출의 이자율이 오르게 되고 유동성도 위축돼 긴축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채수익률 상승이 뉴욕 증시에 큰 악재로 작용한 것도 이같은 메커니즘에 따른 것.
 
키이스 햄브리 FAF 어드바이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앙은행이 활용하는 연산 시스템의 계산에 따르면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30bp 오를 경우 연준이 금리를 1% 포인트 올리는 효과와 맞먹는다"며 "국채수익률 상승은 본질적으로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효과와 동등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저금리를 타고 싼 값이 자금을 빌려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섰던 사모펀드들의 활동도 위축될 것이며 신용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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