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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지난달 17일 치러진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수학은 어렵게, 국어는 쉽게 출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8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이러한 내용의 채점 결과를 발표했다.
◇수학 ‘불수능’ 확인…국어는 쉬웠다
평가원 채점 결과 이번 수능에선 수학이 어렵게 출제됐다. 수학 영역 만점자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145점이다. 이는 ‘불수능’으로 평가된 작년(147점) 대비 2점 하락한 점수로 난이도상의 차이가 거의 없었음을 의미한다. 수험생들의 상대적 성취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산출하는 표준점수는 시험이 어려울수록 상승하며 쉬울수록 하락한다.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작년 수능에서 147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6월·9월 모의평가에서도 각각 147점, 145점이 산출되는 등 불수능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국어는 작년에 비해 쉽게 출제됐다. 올해 수능에서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34점이다. 이는 ‘역대급 불수능’으로 꼽혔던 지난해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149점)에 비해 15점이나 하락한 수치다. 수능 당일부터 “작년보다 쉬웠다”라는 교사들의 평가가 채점결과로 확인된 셈이다.
수학과 국어의 난이도 격차가 커진 데 비해 영어는 평이하게 출제됐다. 올해 수능 영어의 1등급 비율은 7.83%로 작년(6.2%)보다 1.63%포인트 상승했다. 수능 영어시험은 2018학년도부터 절대평가로 전환, 90점 이상이면 1등급을 받을 수 있다. 교육계는 영어 1등급 비율 7~8%를 적정 수준으로 평가한다. 다만 수능 직전에 치러진 9월 모의평가에서 영어 1등급이 12.66%나 될 정도로 쉽게 출제, 수험생들이 실제 수능에서 느꼈을 체감 난도는 다소 높았을 것으로 보인다. 9월 모의평가 당시 2등급 누적 비율은 무려 35%에 달했지만, 실제 수능에선 26.5%로 축소됐다.
결론적으로 국어는 쉽게, 수학은 어렵게 출제되면서 수능 이후 정시는 수학에서 당락이 갈릴 공산이 커졌다. 특히 문과생에 비해 수학점수가 높은 이과생들의 ‘문과 침공’(이과생들의 인문계열 학과 지원) 현상이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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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문·이과 통합수능이 실시되면서 ‘문과생 불리’ 논란이 제기돼 왔다. 통합수능에선 국어·수학이 ‘공통+선택과목’ 구조로 출제되며 수험생들은 자신이 속한 선택과목 응시집단의 공통과목 성적에 따라 원점수가 보정된다. 이 과정에서 문과생들이 주로 선택하는 ‘확률과 통계’ 응시생들의 표준점수가 하향 조정되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학 공통과목 고득점자가 많은 이과생(미적분·기하 응시생)들이 표준점수에서 높은 점수를 확보하면서 올해 입시에서도 이과생들의 문과 침공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재학생과 재수생(졸업생) 간 비교에선 재수생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평가원에 따르면 졸업생의 수학 표준점수 평균은 109.1점, 재학생은 96.8점으로 12.3점 차이가 났다. 국어에서도 졸업생은 109.7점을, 재학생은 96.5점을 기록, 13.2점의 차이를 보였다.
성별 국어·수학성적의 경우 국어에선 여학생이 강세를, 수학에선 남학생이 우위를 보였다. 국어 성별 표준점수 평균은 여학생이 100.9점, 남학생이 99.2점을, 수학은 남학생이 103점, 여학생이 96.8명을 기록했다.
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수능 응시자는 44만7669명으로 최종 결시율은 11.9%(6만361명)에 달했다. 수능 응시원서 접수자는 50만8030명이었지만 이 중 6만명 이상이 실제 수능에는 응시하지 않은 셈이다. 수능 응시자 중 재학생은 31만8693명, 졸업생은 11만7516명, 검정고시 출신자는 1만1929명이다. 영역별 응시자 수는 △국어 44만6043명 △수학 42만8966명 △영어 44만4887명 △한국사 44만7669명 △탐구 43만3374명 △직업탐구 4249명 △제2외국어/한문 4만141명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