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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런던테러범 2명 공개…"두 아이 아빠·평소 친했던 이웃"(종합)

방성훈 기자I 2017.06.06 16:02:09

3살·2주 된 두 아이 아빠…"믿었던 평범한 이웃이었는데"
평소 이웃들과 친분 쌓아…"바베큐 파티 초청도"
과거 IS 다큐 출현에 체포 경력 불구 석방돼
英정부 안보관리·대테러 능력 '도마'…총선서 변수될 듯

런던 브리지 테러범인 쿠람 버트(왼쪽)와 라치드 레두안. 사진=영국경찰
[이데일리 차예지 방성훈 기자] “모두가 그를 (별명인) ‘앱스(Abs)’라고 불렀다. 아이들에게 할로윈 사탕을 나눠줬고 탁구하는 법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이웃들을 바베큐 파티에 초청하기도 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트럭과 흉기를 이용해 7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 명의 테러범들 중 한 명인 쿠람 버트(27)에 대한 이웃들의 평가다. 5일 영국 경찰은 런던 테러범들 중 두 명의 사진을 공개했다. 이웃들은 버트를 즉각 알아봤다. 평소 무슬림 복장 아래 운동복과 스니커즈를 착용하고 있었기에 기억하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태어난지 2주 된 갓난아기와 3살짜리 아들의 아빠인 줄만 알았던 평범한 이웃이 극악무도한 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에 충격이 더해졌다. 그의 이웃 중 한 사람이었던 켄 치그보씨는 “나는 그에게 이웃이라는 신뢰가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가디언 등 외신들에 따르면 파키스탄 태생의 영국 시민권자인 버트는 2014년 런던 동부 바킹 지역의 한 아파트로 이사왔으며, 평소 이웃들과 자주 어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웃들은 버트가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했으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의 광팬이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슬람 극단주의에 빠져든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고 덧붙였다. 동네 아이들과 10대 청소년들에게 이슬람교 개종을 권유하는가 하면, 무슬림 예복을 입은 이슬람교도 남성 3~4명이 그의 집을 정기적으로 드나드는 모습을 자주 봤다고 이웃들은 설명했다. 심지어 그가 자신을 ‘병사’라고 칭하기도 했다는 진술도 있었다.

버트는 지난 해 영국에 거주하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다룬 채널4의 다큐멘터리 ‘이웃집 지하디’에도 등장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방송에서 버트는 이슬람국가(IS) 깃발을 든 남성 뒤에서 다른 5명과 함께 일렬로 서 있었다. 이 때문에 영국 정부의 안보관리 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버트가 방송에 출연했던 것은 물론, 과거 대테러 당국의 수사로 체포당한 적이 있었음에도 무혐의로 풀려났기 때문이다. 앞서 런던 경찰청은 버트의 사진을 공개하면서 경찰이나 영국 정보기관 MI5에 인지돼 온 인물이긴 하나 그가 이번 공격을 저지를 것이라는 사전 정보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영 BBC는 대테러 당국이 버트에 대한 정보 부족을 이유로 그를 낮은 우선순위에 뒀다면서 안이한 대응을 지적했다.

이날 버트와 함께 공개된 범인 라치드 레두안(30) 역시 바킹 지역에서 거주했으며 자신을 모로코·리비아 이중국적자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두안은 생일이 다른 라치드 엘크다르라는 이름도 사용했다. 엔다 케니 아일랜드 총리는 레두안이 범행 현장에서 사살됐을 때 아일랜드 신분증을 갖고 있었으며, 아일랜드 더블린에 한 동안 살았으나 사법당국의 감시를 받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아일랜드 언론은 아일랜드에서 영국인 부인과 거주한 20대 후반의 모로코 국적자가 테러 당시 아일랜드 신분증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이 남성의 부인이 영국 경찰에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한편 영국 정부의 대테러 및 안보관리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8일 예정된 총선 결과도 쉽게 예측하기 힘들어졌다. 특히 야당인 노동당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에게 사퇴를 요구하고 있어 그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에게 큰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메이 총리는 이에 “우리는 테러 방지 정책 예산을 보호했으며, 무장 경찰 수를 늘리기 위해 자금을 지원했다”고 반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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