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서쪽으로 약 170km를 달려가 도착한 뉘르부르크링 서킷. 위장막으로 겉모습을 가린 ‘제네시스 EQ900’이 다음달 국내 출시를 앞두고 마지막 성능 시험을 위해 200km/h 가까운 속도로 트랙을 질주하고 있다.
테스트 주행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EQ900에 탑승하자 전문 드라이버는 뉘르부르크링 서킷을 ‘녹색지옥’이라고 소개했다. 가혹한 도로 환경을 집약시켜 놓은 탓에 수 많은 레이서들의 목숨을 앗아가 붙여진 별명이다.
이 곳에서 테스트 주행을 마치면 그만큼 인정을 받기 때문에 벤츠, BMW, 포르쉐 등 수 많은 고급차 브랜드들의 테스트 센터가 모여있다. 현대자동차도 지난 2013년 8월 이곳에 시험센터를 열고 신차들의 테스트 주행을 시작했다.
현대차가 지난 4일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를 출범한 이후 처음 출시하는 EQ900은 지난 9월부터 이 곳에서 주행성능과 내구성능을 검증하고 있다. 검증 기간 중 서킷을 방문하자 전문 드라이버와 동승해서 주행 테스트를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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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V6 터보엔진은 최고 출력 370마력에 최대토크가 52.0kg·m에 이른다. 특히 최대토크는 실용 구간대인 1500rpm에서 발휘되도록 개발됐다. 가속성능도 개선됐다. 80km/h에서 120km/h로 속도를 올리는데 필요한 시간은 13.1초. 경쟁 수입차들이 16.5초, 13.7초가 걸리는 것에 비하면 우수한 수준이다.
직선 도로를 지나자 크고 작은 커브길이 나타났다. 속도를 80~100km/h를 유지하면서 코너를 돌았는데 EQ900에는 전자제어식 4륜 구동 시스템 ‘HTRAC’이 최초 적용해 주행모드에 따라 전 후 구동력을 적절히 배분한 탓에 안정적인 드라이빙이 가능했다. 약간의 몸의 쏠림은 있었지만 굳이 손잡이를 잡지 않아도 될 정도로 안정감을 유지했다.
이 서킷은 특히 해발 고도가 320m부터 최고 617m로 고저차가 최대 300m에 이르는데, 경사도가 있으면서 180도로 급히 돌아가는 카루셀 구간, 400m의 내리막 코스로 이뤄진 폭스홀 구간에서는 차량의 한계에 이르는 주행을 테스트했다. 이 구간에는 특히 벽이나 도로에 이름이 낙서돼 있는 것이 보인다. 주행하다가 사망한 사람들의 이름으로 ‘녹색지옥’이라는 악명이 왜 붙여졌는지 알 수 있다. 20.8km 서킷의 이날 시승시 랩타임은 12분 정도, 서킷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평소 테스트 주행때 속도인 9분 10초에서 많이 낮췄다.
동석한 드라이버는 “오늘은 동승자의 안전을 위해 속도를 맞췄지만 평소에는 계속되는 급커브에서도 130km/h 이상의 속도를 내고 직선구간에서 200km/h 이상의 속도는 기본”이라며 “온 몸은 좌우로 급격하게 쏠리고, 직선 도로에서는 온 몸이 시트에 파묻힐 듯이 하루에 30번 서킷을 돈다”고 말했다. 총 거리로 따지면 약 624km로 서울에서 광주까지 거리를 왕복한 것보다 더 긴 수준이다.
가혹한 주행 탓에 하루 30바퀴를 돌고 나면 타이어와 디스크, 패드를 매일 교체해야 하고,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5000~1만km 마다 교환하는 엔진 오일도 이곳에서는 2일마다 한번씩 교환한다.
이렇게 480번의 트랙주행 1만km의 테스트 주행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대우 유럽기술연구소 뉘르부르크링 차량시험센터 책임연구원은 “이 곳에서의 1만km는 마치 일반 도로의 18km를 주행한 것과 같은 수준”이라며 “EQ900과 같은 고급 대형 세단을 이렇게 극한의 상황에서 테스트하는 것은 어느 곳에서 차를 타도 개발했던 성능이 그대로 나오도록 차의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Q900는 뉘르부르크링을 비롯해 미국 모하비 주행시험장과 데스밸리(혹서지), 스페인 그라나다(혹서지), 스웨덴 아르예프로그(혹한지), 콜로라도 파이크스 피크(산악코스), 오스트리아 그로스로크너(제동성능시험) 등 전 세계의 가장 험난한 지역에서 고된 훈련 과정을 거치며 명차로 거듭나기 위한 마지막 발걸음을 내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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