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회장은 26일 이데일리와의 전화통화에서 "글로벌 위기 때마다 국내 은행들의 단기차입금이 빠져나가면서 외화유동성 위기를 겪었다"며 "국내에 있는 외화자금을 충분히 활용하자는 차원에서 달러예금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국내의 달러자금을 활용해 ▲은행의 단기 외화차입금을 최대한 줄이고 ▲더 나아가 은행이 외화유동성을 안정적으로 싸게 확보하면 자금운용을 해외로 확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금융위기시 고질적인 병폐인 극심한 환율 변동성을 줄이는 역할도 할 수 있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어 회장의 논리다.
원론적인 입장이긴 하지만 금융 전문가들도 대체로 회장의 계획대로 은행들이 외화유동성을 갖게 된다면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적어도 나쁠 것은 없다는 것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지난 2008년 위기때 달러단기차입금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도 기업들의 수출증가 등으로 외화예금은 꾸준히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며 국내에서 외화자산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근거로 제시했다. 이미 기업들은 상당한 양의 달러를 갖고 있고 개인들도 유학자금 등의 용도로 장롱 속에 혹은 원화를 달러로 바꿔 예치하는 식으로 달러 공급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 회장은 지난 7월 취임 직후 외화예금을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은 정책적으로 외화예금 확대로 방향을 잡고 추진중이다.
이달초에는 외화예금 신상품인 'KB WISE 외화정기예금`을 선보였다. 1, 3, 6개월 회전주기별로 변동금리를 적용하고 복리로 운용해 가입자의 수익성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 장기로 가입하면 가산금리로 보상을 해주고, 중도해지 때도 금리 회전주기만 지나면 정상금리를 주는 등의 혜택을 부여했다.
금리도 1개월짜리의 경우 현재 0.4% 수준에 불과하나 기간별로 0.05~0.2%포인트까지 더 얹어주고 있다. 조만간 수출입기업을 위한 고금리 외화예금 상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개인과 기업 모두를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이같은 국민은행의 노력으로 지난 6월말 18억8000만달러에 그쳤던 외화예금은 8월25일 현재 24억2000만달러까지 불어났다. 두달도 채 안돼 30%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충분한 외화예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적지 않다. 여전히 원화예금과 비교해 금리경쟁력이 떨어지고, 특정한 고객군에 한정된 상품이어서 획기적으로 늘리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민은행의 외화예금은 원화예금의 3~4% 수준에 불과하고 다른 은행 역시 평균 3% 안팎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지금처럼 달러값이 떨어질 것(원화절상)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선 달러자산을 갖고 있을 유인이 없고 가입자가 환리스크도 안고 가야 한다.
이에 대해 어 회장은 "단기적으론 쉽지 않은 문제지만 앞으로 환율이 안정되고 컬처(문화)와 패러다임을 바꾸면 요원하지 않다"며 "임기내 그렇게(달러예금 확보로 단기외채 축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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