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홍정민기자]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미국인들의 저축률을 높이기 위해 고안한 직불카드 서비스가 오히려 낭비를 부추긴다며 소비자 단체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4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잔돈은 가지세요`라고 불리는 이 서비스는 고객들이 직불카드로 구매한 대금을 달러 단위로 결제한 뒤 잔돈은 이자를 지급하는 예금계좌에 넣어준다.
즉, 직불 카드로 샌드위치 한개와 음료수를 5달러45센트어치 살 때 6달러가 결제되고 나머지 55센트는 고객의 예금계좌로 넘어가는 것.
다이앤 모레이즈 BoA 부사장은 "그동안 고객들로부터 원하는 방식으로 예금을 하기 어렵다는 불만을 자주 들었다"면서 "고객들이 저축을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간단한 방법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BoA는 이 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해 첫 3개월동안 카드 사용금액과 동일한 금액을 고객들의 예금계좌에 적립해주기로 했다. 이후에는 총 사용금액의 5%를 적립하며 총 적립액은 연간으로 통장에 반영된다. 서비스의 연간 예금 상한선은 250달러이며 최소 의무 보유잔액은 100달러다.
은행측은 일반 고객들이 이 서비스를 통해 연간 150~200달러 가량을 저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2차 세계 대전 이후 11%에 달하던 미국의 저축률은 최근 몇년간 2% 아래로 떨어진 상태로 미국인들의 저축률을 높이는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미국내 대형은행 가운데 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다. 달러 단위로만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 구매대금보다 높은 금액을 결제하게 되고 카드 사용 수수료와 고객 부담만 가중된다는 것. 동시에 은행은 수익을 챙길 수 있는 교묘한 방법이라는 주장이다.
퍼블릭 인터레스트 리서치 그룹의 에드 마이얼즈윈스키 소비자 프로그램 국장은"소비자 입장에서는 이같은 서비스를 통해 은행이 벌어들이는 수익에 비해 고객들의 예금은 줄어들 것 같다"라며 "은행은 수익을 늘리기 위해 직불카드 사용을 장려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BoA는 직불카드를 통해 이뤄지는 개별 거래에서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얻게 된다. 통상적으로 은행들은 직불카드 구매 건별 금액의 1~2%를 수수료로 부과하고 있다.
마이얼즈윈스키 국장은 BoA가 이 서비스를 통해 소액구매를 부추기고 있으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결국 현금으로 사는 것보다 비싼 값을 치르고 물건을 사게 되는 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상점들이 수수료 부담을 벌충하기 위해 제품 가격을 인상해야 하며 이에 따라 모든 사람들은 커피 한잔 가격이라도 더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