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군함, 동경 124도 경계선도 잇딴 월선
한·중 사이의 서해 중간선은 양국이 합의한 해양 경계선은 아니다. 우리 측은 국제관례에 따라 양국 해안선의 중간선을 서해상 EEZ 경계로 하자는 ‘등거리’ 원칙을 내세우고 있지만, 중국 측은 해안선의 길이와 인구 등 여러 관련 사항을 고려해 EEZ 경계를 정해야 한다는 이른바 ‘형평의 원칙’을 주장하고 있어서 논의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서해 중간선을 경계선으로 삼고 있으며 우리 군도 서해 중간선을 군사작전의 경계선으로 인식하고 있다.
2일 군 당국에 따르면 중국 함정들은 지난 해 80여 차례나 서해 중간선을 넘었으며 올해도 벌써 월선 횟수가 20여회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모함인 ‘랴오닝함’ 등 중국 대형 함정이 훈련을 하는 과정에서 이를 호위하는 함정들이 넘어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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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중국이 형평의 원칙을 내세우며 일방적으로 설정한 서해 작전구역 경계선 동경 124도를 자꾸 넘어온다는 점이다. 군 관계자는 “동경 124도는 백령도 인근에 위치한데다, 북한이 공해상을 이용해 침투를 시도할 가능성이 큰 만큼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라면서 “하지만 중국 함정들이 이 동경 124도선도 잇따라 넘어오고 있어 항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中 군용기, KADIZ 안방처럼 휘젓고 다녀
중국 군용기의 KADIZ 진입 문제도 현안이다. 그동안 중국의 KADIZ 진입은 제주도 서남단 이어도 부근으로 국한돼 왔지만 지난 27일에는 정찰기 1대가 울릉도 서북쪽 54㎞ 상공까지 치고 올라왔다. 중국 군용기가 동해안과 울릉도 사이의 상공을 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F-15K와 KF-16 전투기 10여대를 순차적으로 출격시켜 추적·감시에 나선 우리 군은 긴장 고조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지만 중국 측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정찰기가 4시간 30분 동안이나 제 집 안방처럼 휘젓고 다녔다. 영공을 침범당할 경우 방어 시간을 벌기 위해 일종의 안전구역으로 설정한 것이 방공식별구역으로 국제법상 영공은 아니지만 이곳에 진입할 때에는 당사국에 미리 알리는 게 관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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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도 상공이 한·중·일 3국의 방공식별구역이 겹치는 지역이 됨에 따라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협정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한국과 일본 간에는 군용기가 방공식별구역이 겹치는 구역을 지날 때 사전에 상대국에 비행정보를 통보하기로 협정을 체결했다. 중국과도 국방부·해군·공군 간 직통전화 설치 등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협정 체결까지는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中, 동·남으로 영향력 확대…美와 군사적 충돌 가능성
중국의 이같은 ‘무력시위’는 영유권 분쟁에 대응하고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현재 일본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다오위다오)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남중국해 한복판에 있는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군도),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 메이클즈필드 뱅크(중국명 중사군도) 등도 중국이 각각 베트남, 타이완, 필리핀 등과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지역이다.
중국은 항공모함인 랴오닝함 전단을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 파견해 여차하면 군사적 행동에 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 미국과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양을 잇는 주요 병목 구간인 수웨즈운하, 파나마운하, 마라카해협에서의 중국 영향력 확대는 미국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 미 해군이 항공모함 전단을 동아시아에 파견하면서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에 기여할 것”이라고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