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던 중국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성장성이 둔화되는 가운데 인건비마저 오르자 일본 기업들은 일제히 중국 공장을 철수하고 일본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싼 인건비를 찾아 해외로 진출한 기업이 다시 본국으로 돌아오는 리쇼어링’(reshoring)이 본격화한 것이다.
‘니코앤드’ 모회사인 일본 의류업체 아다스트리아는 현재 90%에 육박하는 중국 현지 생산비율을 앞으로 5년에 걸쳐 70%로 낮추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6일 보도했다.
아다스트리아는 대신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 생산하는 비중을 현재 10%에서 30%로 높이기로 했다. 물론 중국~일본 거리보다 동남아~일본 거리가 더 먼 만큼 운송비 부담은 커진다. 그러나 중국 인건비보다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인건비가 훨씬 저렴해 전체 비용을 10% 이상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니클로 모회사인 일본 최대 의류업체 패스트리테일링도 중국에서 생산하는 비율이 한때 90%에 이르렀지만 최근 60~70% 수준으로 낮췄다.
베트남이나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이 아니라 아예 일본으로 유턴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일본 냉방기 대기업 다이킨공업은 올해 가정용 에어컨의 중국 생산을 지난해보다 15만대(중국 생산의 20%) 줄였다. 대신 일본 사가현에 위치한 공장에서 20만대를 추가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중국공장에서 대규모 생산을 하던 전자기업 TDK도 최근 사업방침을 변경했다. 중국 인건비가 급등하며 가격매력을 잃은 차에 차라리 고등교육 인력이 풍부한 일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재 TDK는 아키타시 유리혼조시에 새 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와타나베 히로시 SMBC닛코증권 애널리스트는 “근로자 생산성이 필요한 고부가가치 상품은 일본에서 생산하는 것이 오히려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성장을 거듭하며 인건비가 매해 1%씩 뛰어오르자 일본기업들은 중국 생산 비중을 줄이고 있는 모습이다. 일본무역진흥기구에 따르면 베이징 근로자의 평균 월급은 566달러(약 65만원), 상하이 근로자의 평균 월급은 474달러(55만원)에 달한다.
물론 한 달 2000달러(232만원) 이상에 달하는 일본 근로자 월급보다는 훨씬 저렴하다. 그러나 상품 하나를 생산하는데 드는 인건비를 의미하는 단위노동비용을 따지면 결과는 달라진다.
SMBC닛코증권에 따르면 1995년만 해도 중국의 단위노동비용은 일본의 3분의 1수준으로 저렴했다. 그러나 중국 성장이 정점에 이른 2013년부터 중국의 단위노동비용은 일본 수준으로 오르더니 2014년에는 일본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뿐만아니라 엔화 약세까지 더해지며 일본의 단위노동비용은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아베노믹스가 실행되며 엔화는 위안화 대비 40%나 절하됐다. 실제로 2013년 일본의 단위노동비용은 2012년보다18.7% 내렸는데 이 중 18.1%는 엔화 약세에 따른 몫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의 단위노동비용이 한동안 중국을 밑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호시노 타쿠야 다이치생명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며 일본 노동비용이 상승한다고 해도 최근 오름세를 거듭하고 있는 중국의 임금 상승 속도를 따라잡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