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강업계, 건설사 철근 공급 중단 이유는?

피용익 기자I 2011.09.20 13:36:55

원자재값 올라 팔수록 손해보는 구조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제강업계가 건설사에 대한 철근 공급을 중단한 데 대해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건자회)가 공동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제강업체들은 철근 공급을 보류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충분하다고 맞서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제강업체들은 철근 공급 중단의 주된 배경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점을 들고 있다.

현대제철(004020) 관계자는 "철근 기준가격은 톤당 89만5000원(D10mm 기준)이지만 건설사의 어려움을 고려해 그동안 80만원 수준으로 10만원 가량 할인 판매해 왔다"며 "그러나 수익이 악화됨에 따라 불가피하게 7월말 할인폭을 5만원 축소키로 하고 철근가격을 톤당 85만원으로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건자회에서 요구하는 톤당 80만원 수준에 제품을 출하할 경우 적자를 피할 수 없어 수출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철근 수출가격은 톤당 720~730달러(약 81만4000~82만5000원) 수준이므로 국내 건설사에 80만원에 판매하느니 수출이 더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철근 전문 제강사들의 실적은 올 들어 크게 악화된 상태다. 대한제강의 경우 2분기 이익률이 0.8%까지 떨어졌고, 상황이 조금 나은 한국철강도 3.2%에 그쳤다.

이처럼 이익률이 떨어진 것은 철근의 재료가 되는 철스크랩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 추석 이전 톤당 495~500달러 수준에서 계약이 이뤄졌던 미국산 철스크랩(HMS No.1 기준) 가격은 최근 중국과 베트남 등에서 505달러 수준에 계약이 이뤄졌다.

일본 내 철스크랩도 추석 전후로 2000엔 이상 상승했다. 동경제철 우츠노미야 공장 철스크랩 구매 가격은 톤당 3만7500엔(H2 등급 기준)으로 뛰었다. 일본산 철스크랩 수출 가격도 동반 급등해 톤당 3만6000엔(한국도착도 기준) 수준까지 상승, 원화 환산시 54만원 수준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철스크랩 가격도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국내 철스크랩 가격 강세 상황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요금이 8월부터 6.3%(고압 기준) 오르고, 가동률 하락으로 인해 고정비가 상승한 점도 철근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이달 들어 유럽 금융위기가 심화되면서 환율이 요동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한편 제강업체들은 건자회의 조직적 움직임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건자회 주도 하에 건설사들이 조직적으로 제품 대금 입금을 거부해 자금 운영에 애로 발생하고 있다"며 "제강사 전체로 제품 대금 미수금 규모가 1500억~1600억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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