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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100일)신뢰와 소통이 우선이다

온혜선 기자I 2008.06.03 14:55:00

전문가 제언..경제 살리기 `첩첩산중` 우선 물가부터
국민과 소통 부족..`제도적 뒷받침+정부노력` 수반돼야

[이데일리 온혜선기자] 출범한 지 불과 100일밖에 안된 이명박 정부가 총체적인 위기에 부딪쳤다. 쇠고기 수입을 놓고 시작된 촛불집회는 반정부 집회로 번지면서 이명박 정부를 사면초가에 몰아넣고 있다. 
 
국정운영 지지율은 역대 정부 출범 초를 비교할 때 최저 수준이다. SBS가 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잘한다`는 응답이 19.4%에 그쳐, 국정운영 지지도가 처음으로 20% 아래로 떨어졌다. 가장 잘못한 일로는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8%가 쇠고기 협상을 꼽았고, 물가 불안과 대운하 추진, 부자 내각 인사를 지적하는 의견도 많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의 가장 큰 문제로 `신뢰와 소통의 부재`를 꼽았다. 초기 `강부자(강남땅부자)` 내각,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 내각`으로 일컬어진 인사 문제로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고 이후에도 민의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미국 쇠고기 수입협상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 밀어붙이기식으로 정국 운영을 한 것도 지금의 위기를 초래했다.

◇ `섬기는 정부`와 `오만한 정부`..괴리의 시작은 `소통부재`

"국민들께 충분한 이해를 구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이 부족했다" 지난달 22일 취임 87일 만에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인 이명박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이 대통령 스스로가 국민과의 `소통 부재`를 사과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당선 직후 "국민을 섬기겠다"며 `섬기는 정부`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매일 밤 서울 광화문을 메우는 촛불 행렬에선 "대통령이 오만하다"는 외침이 터져 나온다. `섬김`과 `오만` 사이의 괴리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설혜심 연세대학교 사학과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국민을 과소평가 하고 있다"며 "세계화를 외치면서 정치적으로는 30년전의 발상을 가지고 있는 것과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설 교수는 "리더십의 가장 기본은 내사람 내자식은 챙겨야 하는 것인데 바깥에 잘 보이겠다는 생각으로는 리더십을 가지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는 "안으로부터 국민의견 수렴이 안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기 어렵다"며 "결국 대통령을 리더로서는 신뢰할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상만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국민여론에 대한 파악하는 것이 늦고 국민들과의 소통에도 문제점이 많이 발견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번 정부는 국민들의 반응에 대한 배려가 적고 소통을 위한 제도적인 장치도 부족하고. 소통에 대한 관심 자체가 적다"며 "국민들과 소통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 인적 쇄신론이 나오는데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있는 사람을 임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정치특보 임명 이야기가 나오는데 소통채널을 한두라인 늘리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며 "전반적인 국정 운영에 있어서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평가하고 전반적인 국정운영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무엇보다 염두에 둬야 할 점으로 정부의 신뢰회복을 꼽았다. 그는 "정책적 신뢰, 정책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 지도자의 리더십에 대한 신뢰 등 이 세가지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 정부, 경제상황에 대한 판단 부족..`안정`에 무게둬야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하고 지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선에 근접하면서 7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살인적인 물가에 경제도 서민도 맥을 못춘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이 정부의 판단 미스로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명박 정부 리더십이 비판받고 있는 것은 우리의 현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데서 출발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체질에 대한 진단이 잘못됐다. 정책적인 구호는 좋지만 우리의 체력을 생각한다면 내수부양, 경기부양 얘기하면 안된다"며 "체력이 안되는데 경기부양을 하려고 하니 물가만 오르고 경제수지만 나빠진다"고 설명했다.
 
송 연구위원은 "지금 경제정책은 성장이 아닌 안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물가안정이 우선순위며 그러기 위해서는 환율안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의 외환 시장 개입에 대해 "시장개입을 통해 시장에 좋지 않은 시그널을 줬다. 시장경제 한다던 정부가 역행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도 경제정책의 우선 포인트로 물가를 꼽았다. 단 정치적인 상황이 안정돼야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전 수석연구원은 "현 상황을 당장 타개하기는 어렵다. 경제 상황이 혼란스럽고 위축돼 있는 만큼 안정이 돼야한다. 정치적 상황이 안정이 돼야 정부가 경제도 돌아볼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정책의 최우선 포인트는 물가다"라며 "하지만 사실 물가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기인했기 때문에 우리나라 자체의 문제만은 아니다. 해결 방안이 뾰족히 있지는 않다"고 토로했다.
 
전 수석연구원은 "현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소비와 투자를 진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선적인 조치로 세금감면과 규제완화가 꼽혔다. 소비 활성화를 위해 유류세를 낮추는 것도 적극 검토돼야 하며, 기업이 투자 확대 의욕을 가질 수 있는 방향으로 규제완화가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쇠고기에 묻혀버린 한미 FTA도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오는 만큼 양국간에 빨리 비준이 이뤄져야 할 필요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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