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재만기자] 현대차IB증권(옛 신흥증권(001500))이 증권가 스카우트 전쟁의 중심에 서면서 증권업협회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현대차IB증권으로 인해 업계가 뒤숭숭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땅히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IB증권은 지난 달 31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발행주식총수를 4400만주에서 1억2000만주로 늘리는 등 대형화를 위한 시동을 건 상황이다. 또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발맞춰 기존 4사업부, 16팀 체제에서 6본부, 1센터, 2담당, 23팀 체제로 조직을 개편했다. 이사 보수 한도도 22억원으로 늘렸고, 사옥 이전도 검토하고 있다.
그런데 현대차IB증권을 보는 타 증권사와 증권업협회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상당수의 인력을 현대차IB증권에 빼앗겨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차IB증권, 대규모 이직 열풍 불러낼 듯
현재 현대차IB증권의 직원수는 300명 가량. 현대차IB증권은 최종적으로 이의 2배가 넘는 600명 정도를 충원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차IB증권은 도기권 전 굿모닝신한증권 사장, 이종우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을 비롯해 이옥성 한화증권 전무, 이수길 현대증권 이사, 김혁 굿모닝신한증권 부장 등을 이미 영입했다.
이들은 예전에 함께 일했던 직원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루트를 통해 인력을 수소문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차IB증권이 동일한 업종을 담당하는 복수의 애널리스트에게 영입 제안을 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적지 않은 증권사가 인력 유출로 인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전했다.
교보증권은 벌써부터 리서치센터장을 잃은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교보증권이 내놓은 2월의 리포트는 투자전략과 기업보고서, 산업보고서 등을 모두 합쳐 14개. 이는 1월의 38개, 2월의 26개보다 크게 줄어든 수치다.
회사측은 이에 대해 "우연의 일치일 뿐이며 4월부터는 다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증협의 `고민`.."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최근 몇년간 증권가의 스카우트 경쟁에 홍역을 치렀던 증권업협회도 고심하고 있다. 증협은 기회날 때마다 `스카우트 경쟁을 지양하고, 전문 인력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황건호 증협 회장은 지난달 25일 여의도 증권연수원에서 열린 `카이스트·증권업협회 금융공학 최고전문가 과정` 개강식에 참석해 "기업들이 잇따라 증권업에 진출하며 인력확보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며 "그러나 당장의 부족함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곳에서 인력을 채우는 현상은 한계가 있다. 목이 마르다고 바닷물을 마실 수는 없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나 증협은 정작 현대차IB증권에는 아무런 제안도 하지 않고 있다.
증협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IB증권이 조금 자제해줬으면 좋겠다는 게 우리 입장이긴 하나 일부 회사를 꼭 집어 나무랄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딱히 무슨 입장을 내비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IB증권의 한 관계자는 "아직 대규모 채용이 이뤄지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경계하는 것은 이르다고 생각한다"며 "사옥 이전 계획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만큼 단기간에 증권업계에 큰 충격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증협은 금융전문 인력을 양성함으로써 현재 상황을 타개해나갈 방침이다. 또 증권사들이 스스로 `영입 경쟁을 자제하자`는 목소리를 내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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