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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환의 크레딧스토리)신용평가 스페셜리포트를 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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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환 기자I 2006.05.16 14:02:08
[이데일리 윤영환 칼럼니스트] 시장참가자의 하루는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 이어진다. 쌓여가는 스크롤의 엄청난 압박 속에 중요한 정보를 놓치지 않으려면 꽤나 부지런해야 한다. 기업신용과 회사채시장 분석을 업으로 삼고 있는 입장에서 신용평가와 경제/금융연구소의 자료는 일차적인 검토 대상이다.

요즘 신용평가의 스페셜리포트가 볼만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내용이 충실해졌고 이슈의 적시성도 높아졌다는 것이다. 별다른 신용이슈도 없는 요즘이지만 환골탈태를 위한 신용평가의 노력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평가시장 개방 등 제도환경의 변화도 영향을 주었겠지만 SRE(이데일리가 연 2회 실시하는 신용평가 서비스에 대한 회사채 전문가 설문) 등 시장의 감시 강화도 상당한 기여를 한 것 같다.

특히 SRE는 신용평가에 대한 신뢰도를 막연히 묻는 방식을 벗어나 구체적으로 신용평가 서비스를 구분하여 만족도를 측정하고 있다. 신용등급이나 신용평가 보고서에 비해 연구활동(연구보고서)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다. 하지만 평가사별 차별성은 다른 어떤 서비스보다 크다. 배점은 낮아도 편차가 커서 총점에 만만치 않은 영향력을 미치는 양상이다.

물론 다분히 직관적인 만족도를 세부항목으로 구분하여 살피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점차 연구활동의 결과물로서의 연구보고서, 특히 스페셜리포트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스페셜리포트를 통해 신용등급의 향방을 예지할 수 있는 경우도 적잖게 발견된다. 신용등급 변화가 회사채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눈이 번쩍 뜨일 수 밖에 없다. 물론 평가사가 어떤 방식이든 신용등급의 향방을 미리 그리고 직접적으로 흘리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다만 현재 상황에서의 고민이 무엇이고 이에 대한 신용평가의 바람직한 접근방식이 어떤 것인가 논의하는 과정에서 신용평가의 방향성이 자연스럽게 묻어나오는 것이다. 간혹 논의의 수위가 높아서 아슬아슬한 경우도 있지만 오히려 투자자의 입장에서 보면 여간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신용평가와 시장의 대화가 활발해지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몇 가지 짚어보아야 할 이슈가 있다. 보다 나은 대화의 장을 만들기 위한 주마가편이다.

첫째, 내부검증 절차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

경제연구소의 연구자료나 신용평가의 스페셜리포트나 직간접으로 “집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기관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선언하고 있다. 일종의 관행이고 나름의 안전장치다. 하지만 누구도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공식보고서는 공식입장으로 해석된다. 평가사 스페셜리포트의 한 구절, 한 줄은 모두 신용평가의 공식입장이며 평가방법론으로 해석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간혹 여과되지 않은 내용이 발표된다. 질적으로 조야한 것은 차라리 약과다. 신용평가의 기본논리와 상충하는 사례도 종종 발견된다. 물론 의도적인 왜곡이 아니라 현실여건을 강조하다 보니 논리의 틀을 훼손하는 경우다.

확인해보면 대부분 스페셜리포트 작성자의 개인적 착각이나 논리적 혼선, 근시안적 접근에 기인한다. 해당 이슈에 가장 정통한 전문가라도 평가 논리까지 모두 완벽할 수는 없다. 그래서 등급결정도 위원회를 통한 집단적 의사결정을 통한다. 등급의 안정성과 신뢰도 유지를 위해서다.

마찬가지로 사실상 기관의 입장을 대변하는 스폐셜리포트를 개별 애널리스트의 개인적 창작에 오롯이 맡겨두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고객의 신뢰를 얻고 시장과 제대로 대화하고 싶다면 합당한 수준의 절차적 안정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둘째, 스페셜리포트가 다루는 주제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

발표되는 스페셜리포트는 대부분 산업과 ABS의 현황 및 평가방법론을 주제로 하고 있다. 반면 글로벌 평가사는 기업/금융/경제환경 변화가 신용위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일반론적 분석도 자주 내놓는다. 환경이 변하면 신용위험도 달라진다(As market evolve, risk changes)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가 생기는 것은 신용평가 환경의 차이에 따라 스페셜리포트에 대한 접근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산업이론은 기업 신용평가업무의 부산물로 생산되지만 일반이론은 상당한 내공에 기초한 전문적 연구활동의 결과물이다. 우리나라 신용평가도 간간이 일반이론을 내놓고는 있지만 기본적인 자원배분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투자여력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신용평가는 회사채시장의 중요한 인프라다. 신용평가의 이론적 고양은 회사채시장의 수준을 높인다. 비록 현실은 어렵지만 모두 함께 노력하다 보면 미래는 조금 더 밝아진다. 글로벌 평가사의 경우 시니어가 오피니언 리더로 자주 등장한다. 우리 신용평가의 시니어들은 투자자를 위한 글쓰기에 너무 인색한 것이 아닌가?

셋째, 투자자 중심의 운영시스템이 아쉽다.

스페셜리포트를 담은 주보의 대부분은 배송과 동시에 버려진다. 며칠 전에 이메일로 뿌려진 스페셜리포트를 주보로 다시 읽은 기억은 손으로 꼽는다. 반면 인터넷을 이용한 스페셜리포트 이용은 그다지 깔끔하지 않다. 서버의 효율성이 낮거나 파일상태가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조금만 접근방식을 조정한다면 투자자의 효용을 상당수준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신용평가사들 모두가 홈페이지를 개편했다. 훨씬 깔끔해진 모습은 보기에도 좋다. 그리고 내용물도 그만하면 경쟁력이 있다. 그런데도 인터넷 마인드가 부족하다고 평가되면 억울하지 않은가? 투자자의 입장에 서서 조금만 더 섬세한 접근을 해볼 것을 권한다.

마무리하자. 요즘 신용평가의 고민은 상당히 깊다. 신용환경은 대체로 안정적이지만 회사채시장의 정체로 수익성 유지가 날로 어려워지고 제도환경의 변화는 목을 조여 온다. 그리고 투자자의 요구사항은 갈수록 까다로워진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피할 수 없다면 즐길 수 밖에...

“좋지 않은 날씨란 없다. 다만 적절하지 않은 옷이 있을 뿐이다” - 요하네스 뮐러 -

윤영환/굿모닝신한증권 기업분석부 연구위원/Credit analy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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