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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용훈 자녀들에 집행유예 준 재판부… "어머니 뜻 새겨보라"

장영락 기자I 2019.03.06 09:25:59
(사진=MBC 캡처)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PD수첩이 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사장의 부인 이미란씨의 자살 사건을 재조명하면서, 지난 1월 있었던 방씨 자녀들의 재판 결과도 주목된다.

어머니인 이씨를 강제로 사설 구급차에 태우려 한 혐의로 기소된 방 사장 딸(34)과 아들(30)은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재판부 심리로 열린 1심 재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자녀들이 어머니를 구급차에 강제로 태우려 한 행위가 이씨가 자살을 결심하게 된 동기로 작용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씨 자신이 평소에 남긴 메시지와 유서 등을 볼 때 자녀들의 안녕을 기원했다는 점을 들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 2016년 9월 한강에서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씨 어머니 등 가족들은 방 사장 자녀들이 생전 이씨를 구급차에 강제로 태우려 하는 등 학대했다고 주장하며 이씨 자녀들을 고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들에게 강요혐의만 적용해 기소했다.

재판에서 방 사장 자녀들은 우울증을 앓던 어머니의 자살을 막기 위해 구급차에 태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당시 이씨가 자살할 만큼 심각한 우울증을 겪는 상태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 오히려 유서 등에는 극단적 선택보다 대화로 남편·자녀들과 갈등을 해소하길 바라는 단서가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오히려 “이씨의 유서를 보면 구급차에 태운 행위가 이씨를 더는 버티지 못하고 극단적 심리상태에 이르게 한 주요 원인이 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당시 이씨가 위험한 상태였다고 주장하면서도 해결 방법을 강구하거나 이씨의 친정 가족과 상의한 바 없고, 사건 이후 안부를 묻지도 않았다. 사회윤리나 통념에 비춰 용인될 행위라 보기 어렵다”며 자녀들이 어머니를 학대하는 등 패륜적 행동을 했다고 주장한 이씨 가족 측 주장을 일부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행위로 피해자가 결국 자살에 이르렀고, 그 전부터 이미 모진 말과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피해자의 형제들은 엄벌을 원하고 있다”면서도, “이씨가 남긴 유서나 메시지 등에서도 ‘자식들이 망가지면 안 된다’는 취지의 표현을 한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며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선고와 더불어 사회봉사 명령을 내리면서 “더욱 반성하고 어머니의 의사를 새겨보라는 뜻”이라고 밝혔다.

5일 밤 방송된 PD수첩은 이씨 어머니 등 가족과 당시 이씨 집에서 일하던 가사 도우미 등의 증언을 인용해 이씨가 집에서 학대를 당했고, 그 결과 자살에 이르게 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PD수첩은 이씨 녹취록, 유서 등을 바탕으로 이씨가 사망 전 지하실에서 4개월이나 생활하는 등 가정 내에 갈등이 심각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씨 사망 후 경찰과 검찰이 방 사장과 자녀들의 수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점을 들어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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