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대법원장은 이날 시무식사를 통해 “사법부 스스로 무너뜨린 신뢰의 탑은 사법부 스스로 다시 쌓아 올리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재판거래’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법원의 자체 조사결과와 검찰의 수사 과정 등을 언급하며 “법원은 지금 커다란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현재 겪는 어려움은 외부의 간섭 없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국민들에게 돌려드리려는 과정에서 겪어야 할 불가피한 일”이라며 “저는 이를 위해 사법부의 민낯을 그대로 공개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고 그 결과에 대한 평가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자 한다”고 역설했다.
김 대법원장은 “향후 사법행정은 폐쇄성과 관료화를 극복하고 투명성과 전문성을 추구하게 될 것”이라며 “법원행정처의 비법관화를 단계적으로 준비하고 상고심 제도와 법관 임용방식의 개선을 위한 노력도 시작하겠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사법개혁의 화두로는 “정의롭고 독립된 법원에서 적정하고 충실한 재판을 받는다”는 의미의 ‘좋은 재판’을 내걸었다.
김 대법원장은 “우선 충실한 재판을 강조하려고 한다”며 “ ‘처리’가 아닌 ‘해결’ 중심의 재판이 돼야 하고 재판의 속도에만 지나치게 매달리지 말고 재판의 질적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또 “재판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며 “앞으로 판결서 공개 범위를 더 넓혀가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대법원 공개변론의 중계방송을 확대하는 한편 심리절차의 진행정보를 추가로 공개하겠다”고 언급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와 함께 일각에서 제기되는 법원 내 갈등과 분열 심화 우려에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이를 억압하는 문화가 지금의 위기를 불러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나와 다른 의견이라도 경청하고 존중하는 관용의 미덕이 필요한 때”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