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수 조원대 손실이 발생한 대우조선해양의 유동성을 관리하기 위해 선수환급보증(RG, Refund Guarantee) 등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지기로 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19일 “수 조원대의 손실이 공개된 상황에서 대우조선의 금융 거래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위한 대비책”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산은과 수출입은행밖에는 RG를 해줄 채권단이 없다”고 밝혔다. 산은은 대우조선 지분 31.46%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2조4000억원의 여신을 갖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8조3000억원의 여신을 제공해 최대 채권기관이다. 수 조원의 손실 논란이 벌어진 상황에서 다른 채권기관들은 최대한 대우조선의 익스포져를 줄이는데 혈안이 돼 있다. 현재로선 이들은 자금 회수를 늦추는 정도의 지원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과 수출입은행은 삼일회계법인 등 2곳의 회계법인을 통해 20일부터 대우조선해양 실사에 착수한다. 대우조선은 물론 해외 자회사까지 실사 대상에 포함되면서 빨라도 2~3개월은 걸릴 것이란 전망이다. 산은은 대우조선 규모의 회사라면 2~3개월의 실사도 빠듯하게 걸리지만,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단축해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기간 동안 RG 등에 문제가 생길 경우 대우조선은 유동성 리스크에 시달릴 수 있어 이에 대비하겠단 방침이다. 특히 대우조선은 지난달 초 세계 최대 해운사인 덴마크 머스크라인이 발주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11척을 18억달러(약 2조원)에 수주했으나 RG 문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RG는 조선사가 선주로부터 선수금을 받고 선박을 건조하다가 납기 안에 배를 인도하지 못할 때 선수금을 돌려준다는 보증서다. 다만 조선사가 선수금을 받으려면 은행, 보험 등 금융사의 보증이 필요하다. 조선사가 파산할 경우 이를 대신해 금융사가 선수금을 물어주겠다는 보증을 선다는 취지다.
이 관계자는 “대우조선에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고 부채비율이 올라가면서 공사진척에 따라 보증이 해소되는 시점이 있을 텐데 (선수금 지급) 연장이 안 될 수도 있고, (선수금) 보증 한도가 있는데 이 한도만큼 보증을 못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산은은 지난달 말 대우조선으로부터 수 조원대의 손실이 난 사실을 알고 이러한 사실이 실적 발표 등을 통해 공개됐을 때를 대비해 금융거래 대책을 준비하고 있었으나 이런 사실이 미리 공개되면서 상황이 빠듯하게 돌아가게됐단 입장이다.
대우조선은 오는 23일 2000억원, 11월 29일 3000억원 가량의 회사채(무보증)를 상환해야 하는데 이를 갚는 데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우조선은 현재 약 6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한 상태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