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국내 대표기업들이 벌이는 이전투구(泥田鬪狗)에 업계에서는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034220)는 최근 김현석 삼성전자 전무에게 그의 발언과 관련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내용 증명을 발송했다.
김 전무가 지난 8일 기자들을 상대로 열린 '화요포럼' 도중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이 '패시브 방식도 풀HD'라고 말했다는데, 밑에 있는 엔지니어가 정말 멍청한 'XX'들 밖에 없는 것 같다"는 비방 발언을 하자 LG측이 소송을 위한 액션에 나선 것.
이로써 3D 구현 기술 방식에서 오는 차이로 인한 논쟁이 이제 법정 다툼으로까지 비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 작년 말 3D 논쟁 점화..비방 광고에 막말까지
작년 12월 LG디스플레이는 중국에서 `FPR(편광안경)방식 3D 패널에 대한 프로모션`을 전개하면서 삼성의 SG(셔터글라스)방식과 비교시연회를 했다. 이 자리에서 "경쟁사 방식은 전자파가 나오고 눈의 어지러움증을 유발하는 등 건강에 좋지 않다"고 자극했다.
올해 1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전시회인 CES에서 3D TV에 대한 논쟁은 본격화됐다. 권희원 LG전자(066570) 부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시네마 3D TV는 기존 SG 방식의 3D TV에 비해 발전된 것이다. 깜박거림이 적어 눈의 피로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005930)도 맞대응에 나섰다.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은 "편광방식으로 3D TV를 제조하는 것은 IPS 패널의 반응속도가 늦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디스플레이 패널에 필름을 붙인 방식으로 전력소모가 많다"고 반박했다.
3D 논쟁은 해외에서 그치지 않고 국내 안방에서도 이어졌다. 권 부사장은 지난 2월 1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쟁사의 기술은 3D 준비단계의 1세대 기술, LG 기술은 진화한 2세대"라고 '세대론'을 내세웠다.
삼성전자는 바로 다음 날 기자 간담회에서 이를 반박했다. 윤 사장은 "패시브 방식은 1935년에 개발된 것"이라며 "지금까지 기술의 발전이라는 것은 가격을 떨어뜨리는 것 밖에 없다. 성능은 오히려 과거보다 못하다"고 꼬집었다.
지난 8일에는 삼성전자가 먼저 LG를 의식한 듯 이례적인 3D TV 비교 시연회를 열었다. 이날 언론 대상 '화요포럼'을 겸한 시연회에서 급기야 삼성전자 김 전무의 '문제 발언'이 나왔다.
이에 LG전자는 반박자료를 내면서 "이성을 잃은 태도"라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지난 10일 간담회를 열어 "해상도 및 시야각, 3D 안경 모든 면에서 경쟁사보다 우수"하다고 재반박했다.
3D 논쟁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광고전으로 확산됐다. 삼성이 지난달 LG를 겨냥해 지면 광고에 원숭이를 등장시켰다. 상대방 제품을 '원숭이나 보는 것'으로 묘사한 것이다.
LG 고위관계자는 "'원숭이 광고'에 대해 더 심한 내용으로 맞대응하자는 내부 의견이 많았으나 차분하게 가기로 결정해 애써 자제했다"며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 유감이라지만..감정 싸움 쉽게 누그러질까
삼성전자는 22일 김 전무의 '막말'과 관련, "공식석상에서 적절치 않은 발언이 나온 것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LG디스플레이는 "제품 개발을 담당한 연구원 등을 비롯해 내부적으로 불쾌하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발언 내용이 사실로 확인되면 법적 대응도 고려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양 사의 감정 싸움이 극에 치닫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세계 TV 1위와 2위의 삼성과 LG가 쓸데없는 소모전을 벌이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해외 경쟁사들이 스마트TV 등 새로운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양 사의 싸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작년 12월부터 이어진 공방은 오는 4월까지 이어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사 홍보관과 블로거 등 네티즌을 상대로 경쟁사의 3D TV와 비교하는 비교 시연회를 열고 있다. LG전자는 4월 초 대규모 3D 마케팅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올해는 FPR 패널 우수성을 집중 강조해 세계 3D TV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진흙탕 싸움과 감정 공방은 세계 1위와 2위 기업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건전한 경쟁이 서로 발전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지만 상대 제품을 이전투구식으로 비방하는 방식이라면 냉소만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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