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민 기자] 국제회계기준(IFRS)도입에 있어 세금문제는 가장 `뜨거운 감자`다.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감가상각방식의 변경, 세무회계와의 차이 조정 등 다양한 쟁점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결국은 `돈 문제`로 귀결된다. `회계기준이 바뀌었다고 세금을 더 낼 수는 없다`는 기업과 `요구대로 다해주면 되레 세수가 준다`는 정부의 입장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올해 상반기중 개정방향을 발표하고 올해말까지는 개편을 마무리짓는다는 방침이어서 재계와 정부간의 세부담을 둘러싼 논쟁 역시 2차전을 예고하고 있다.
◇세금 깎아 도입비용 충당 요구도
※손해보험사는 보유보험료가 일정액 이상이 될때까지 매 기마다 비상위험준비금을 적립해야 한다. 현행 기업회계에서는 이를 부채로, 전입액은 비용으로 분류했으나 IFRS는 자본으로 본다. 이에 따라 준비금이 과세대상에 포함돼 손보업계 전체로는 첫해에 8000억원 가까운 법인세를 부담해야 할 처지가 됐다.
※D항공사는 현재 회계상 항공기를 20년간 정액법으로 감가상각하고 세무상으로는 15년을 적용한다. 내년부터 IFRS를 도입하기로 한 이 회사는 앞으로 항공기의 동체, 엔진, 각 부품별로 구분해 각각 내용연수를 적용, 감가상각을 해야해 세법상 감가상각 처리방법을 두고 고심중이다.
재계가 요구하는 골자는 `세부담 완화`다.
회계기준이 바뀌면 감가상각과 같이 세금에서 빼주던 비용의 처리방식이 바뀌고 저평가됐던 자산가치가 시세로 재평가되는 등 세금을 더 낼 우려가 크니 이를 감안해 법인세법 등 관련법을 개정해 달라는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 LG전자 등 조기도입에 나선 주요 대기업과 계열사들은 법안 개정이 늦어질 경우 되레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며 조속한 법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한발 더 나아가 새로운 회계기준 도입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이 만만찮은 만큼 정부가 이를 보전할 수 있도록 세제혜택을 부여해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재계를 대표해 "IFRS도입 기업의 세부담과 업무부담을 줄이기 위해 세제개선이 필요하다"는 건의문을 정부에 발송하기도 했다.
상의가 제기한 개선과제는 크게 ▲감가상각법 변경에 따른 세부담 완화 ▲보험사 비상위험준비금의 법인세부과 제외 ▲재고자산평가방식 변경에 따른 과세소득 이연제도 도입 ▲재무·새무 회계방식 조정 ▲IFRS도입에 따른 세액공제 제도 신설 등을 골자로 한 8개항이다.
◇정부 세액공제 도입 `불가`
반면 정부는 직접 이해당사자인 기업이 개별적으로 대응해야 할 사안까지 정부가 세법을 고쳐, 이를 보조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세액공제 제도 신설과 같은 세제혜택 또한 세수확보 및 세제제도 간소화를 위해 추진중인 감면·비과세제도 폐지 방침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IFRS를 도입하지 않는 기업과 역차별이 벌어질 수 밖에 없는 만큼 수용할수 없다는 완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재계의 끈길긴 세제개편 요구에 `세금 깎자고 IFRS를 도입하는 거냐`는 불쾌감마저 내비친다.
재정부 세제실 관계자는 "현재 기업이 요구하는 내용을 모두 반영하면 되레 세수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며 "기본 방향은 회계기준 변경으로 인해 기업이 무리한 세부담을 지지 않도록 한다는데 있지만 회계기준 바뀐다고 해서 기업의 실질이 바뀌는 것은 아닌 만큼 이를 전면적으로 수용할수도, 할 생각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IFRS도입에 따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세액공제를 추가로 신설하는 것은 이중공제가 될 수 밖에 없다"며 "특히 도입대상이 아닌 영세 중소 상공인들과의 형평성을 감안하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요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