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대형 지방은행인 웰스 파고 역시 순이익이 90% 이상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좋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오히려 반대 흐름을 보였다.
투자자들은 이미 최악의 상황이 지나가고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만큼, 은행들의 실적에 대해 단순하게 `개선되고 있다`는 정도로는 만족할 수 없게 된 것. 실적의 `질적 개선`이 없는 한 이익 증가 추세가 유지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왠만큼 좋은 실적도 주가를 끌어올리지 못하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그런 예였다.
◇ 웰스 파고, 모기지 수수료 수입 급증.. 지속성 `의문`
웰스 파고는 3분기 32억달러의 순이익을 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의 배에 달한다. 지난해 동부 연안 지역의 라이벌이었던 와코비아를 인수, 자산규모 4위 은행으로 몸집을 키운 이후 이익은 계속 늘고 있어 성공적인 인수합병(M&A)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금리가 낮아지면서 모기지 대출 수요가 늘어 모기지 대출 신청 수수료(mortgage origination fee)로 꽤 돈을 벌었다. 3분기 모기지 신청 수수료 수입은 11억3000만달러였다. 한 해 전 8억4900만달러에 비해 증가했다.
그러나 대출 손실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문제. 하지만 다른 은행들에 비해 향후 대출 손실을 상쇄하기 위한 충당금이 전체 대출의 3.1%로 적은 편이다. BoA가 4%, JP모간이 4.8%에 달한다.
로치데일 증권의 리처드 보베 애널리스트는 이에따라 실적의 질적인 개선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투자 의견을 기존 `중립`에서 `매도`로 하향 조정했다. 이 여파로 웰스 파고 주가가 하락하며 결국 뉴욕 증시 전체에도 하방 압력을 주고 말았다.
모기지 서비스 수수료 수익을 냈지만 다른 부문의 회복세는 엇갈리고 있어 이익 증가세를 유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그는 애널리스트들이 이제 표면적인 이익이나 매출 보다는 대출의 초기 연체율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익이 예상치를 웃도는 것만으론 주가가 오를 수 없고, 대출 연체율이 회복되는 등 질적인 개선이 있어야만 은행주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얘기다.
FBR 캐피탈 마켓츠의 폴 밀러 애널리스트도 "은행들의 상각은 향후 수 분기 계속될 것인데 웰스 파고가 여기에 적절하게 대처해 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골드만삭스, 더 오를 수 있을까?"
골드만삭스의 경우는 확실한 개선을 보이고는 있지만, 그동안 걸었던 기대가 너무 크고 이에따라 주가도 많이 올라 상승 여력이 부족하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월가의 족집게`로 불리는 은행 업종 유명 애널리스트 메리디스 휘트니는 지난 13일 괄목할 만한 실적 개선을 기록한 골드만삭스에 대해 `중립`으로 투자 의견을 내렸다.
골드만삭스의 펀더멘털을 볼 땐 이해가 되지 않는 의견. 휘트니는 "장기적으로 볼 때 펀더멘털은 건설적이지만 왜 이 주식에 욕심을 내고 현 시점의 실적에 묶여있는 지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는게 낫다"고 밝혔다. 올해 120% 이상 오른 주가를 감안하면 주가가 결코 싸지 않다는 주장이다.
로이터 통신은 증시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비용절감을 통해 기업들의 실적이 계속해서 호전되면서 월가 애널리스트들이나 기업들의 보수적인 전망에 대한 신뢰가 줄어들면서 위스퍼 넘버가 형성돼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고 봤다.
웨드부시 모간의 스티븐 마소카 매니징 디렉터는 "현 시점네서 사람들은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회사가 내놓은 전망치를 뒤집지 않으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사람들은 월가 전망치를 믿으면서도 대개 이를 넘는 실적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며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