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동주기자] 최근 펀드계좌가 1800만개를 돌파했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펀드 전성시대`입니다. 그러면 펀드 투자자 수는 모두 몇명쯤 될까요? 누구도 알 수가 없습니다. 우리도 펀드 선진국을 향하고 있을까요? 적어도 통계는 후진국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유동주기자는 정확한 펀드통계와 통일된 분류체계를 서둘러 정비할 때가 됐다고 지적합니다.
펀드 투자자 수를 정확히 알 수 없는 것은 중복계좌 파악이 안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개별 증권사에 알아보니 계좌수와 가입자수 비는 13 : 1 정도로 비교적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따라서 실제 가입자수는 생각외로 적을 수 있다는 얘깁니다. 법인고객들을 고려하면 개인가입자는 실제 100만명이 안 될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투자자수를 파악한 통계가 아직 나온 게 없습니다.
역외펀드의 경우엔 정확한 국내 판매액도 구할 수 없습니다. 외국계운용사의 경우 영업상 비밀을 이유로 판매자료 공개조차 거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운용사에서 "OO중국펀드 3조원 판매"라고 홍보자료를 내도 부풀린 것이 아닌지 검증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나마 있는 통계는 뒷북이라 시의성이 떨어집니다. 자산운용협회에서 매달 발표하는 적립식펀드 판매현황의 경우 8월분 자료가 9월 하순쯤이나 돼야 나옵니다. 물론 통계란 게, 집계과정을 거치며 시간이 소요되지만 좀 더 빠를 수 없나 하는 생각이 자료를 접할때마다 듭니다.
자료가 늦는 이유에 대해 일부에선 판매사에서 관련 자료를 늦게 보내는 등 협조에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각 판매사마다 펀드기준과 분류가 달라 통계가 정확한지 불분명하다는 점도 큰 문제입니다. 예를들어 매달 일정액을 불입하는 `적립식`펀드의 경우, 국민은행은 추가 불입이 가능한 `자유적립식`만 통계에 넣고 있고, 대우증권은 `자유적립식`은 없고 `정액적립식`만 집계합니다.
일부 판매회사는 매달 일정액을 `자동이체`하는 경우에는 추가로 적립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냥 `정액적립식`으로 간주해 통계를 냅니다. `자유정립식`을 모은 통계라고 해도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기준이 이렇게 제각각이다보니 정액과 자유적립식계좌의 비율을 구한 통계는 아무 가치가 없습니다.
제로인과 한국펀드평가 등 펀드평가회사들이 제각각의 분류기준을 갖고 있는 것도 여간 헷갈리지 않습니다. 똑같은 펀드인데도 누구는 `성장형`이라고 하고, 누구는 `주식펀드`라고 합니다. 자산운용협회의 기준과도 다르기 때문에 더욱 혼란스럽습니다. 따라서 펀드관련 자료는 발표주체에 따라 상당히 큰 차이를 보입니다. `추정치`라는 꼬리표도 수시로 붙습니다.
시의적절하고 정확하며 풍부한 통계자료는 펀드 투자자 뿐 아니라 주식투자자나 정책입안자들이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의사를 결정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자산운용협회는 내년 4월 오픈예정인 허브채널사이트에서 간접투자자수, 지역별, 연령별, 성별 등을 포함해 보다 많은 통계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통계 이용자들의 니즈(Needs)를 충실히 반영하지 않는다면 공허한 가짓수 늘리기에 불과할 것입니다. 지금처럼 판매사로부터 자료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한다면 계획에만 그칠 수도 있겠죠.
자산운용산업 발전을 위해 어떤 통계가 필요하고 어떤 자료는 꼭 구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협회에서 먼저 챙겨야 합니다. 그리고 판매사도 정확한 통계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자신들의 이익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전환적 사고가 필요합니다. 어느 지역에서 어떤 펀드가 잘 팔리고, 어느 연령대는 어떤 펀드를 선호한다는 자료가 간절하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