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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CCTV 있다는데"...환자 절반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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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영 기자I 2026.06.08 08:28:03

NECA ‘수술실 CCTV 운영 현황 분석 및 개선방안 연구’
촬영 경험 환자 비율 18.5%…안내 미흡·정보 부족
촬영 환자 84.9% 안심…의료분쟁·성범죄 증거 확보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수술실 CCTV 의무화 제도가 시행 3년 차를 맞았지만 실제 수술을 받은 환자 절반은 제도 자체를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실 CCTV가 환자 안전과 의료행위 투명성 강화를 위해 도입됐지만, 낮은 인지도와 부족한 안내로 인해 제도가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사와 무관함(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최근 발간한 ‘수술실 CCTV 운영 현황 분석 및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2년 이내 전신마취 또는 의식하진정 상태에서 수술을 받은 만 15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술실 CCTV 제도를 알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49.5%에 그쳤다.

수술실 CCTV 제도는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받을 경우 본인 또는 보호자가 요청하면 수술 장면을 촬영하도록 한 제도로, 2023년 9월부터 시행됐다. 세계 최초로 법제화된 제도로 도입 당시 큰 관심을 받았지만 실제 환자들의 인지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실제 촬영 경험이 있다고 답한 환자는 18.5%에 불과했다. 특히 자신의 수술이 촬영됐는지 모르겠다고 답한 환자가 55.7%에 달해 제도 운영 과정에서 환자 안내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줬다.

촬영을 요청하지 않은 이유로는 ‘안내를 받지 못했다’는 응답이 33.5%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제도를 몰랐다’는 응답이 28.1%를 차지했다. 연구진은 현재 의료기관 내 안내문 게시 중심의 고지 방식이 환자들의 제도 활용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실제 제도를 이용한 환자들의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촬영을 요청한 이유로는 ‘의료사고 또는 의료과실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74.6%로 가장 많았고, ‘환자의 권리라고 생각해서’(60.5%), ‘의료진이 더 신중하게 수술할 것 같아서’(53.5%) 등이 뒤를 이었다.

촬영 경험이 있는 환자 가운데 84.9%는 촬영 이후 안심이 됐다고 답했다. 또한 CCTV 촬영 경험이 있는 환자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제도 만족도가 높게 나타났다.

충분한 설명이 제도 활용도를 높인 사례도 확인됐다. 전국 최초로 수술실 CCTV를 운영한 한 의료기관은 수술 동의 과정에서 제도 취지와 운영 방식을 상세히 설명한 결과 환자 동의율이 초기 53%에서 85%까지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기관에서는 영상 유출이나 분쟁 증가 사례도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의료사고 예방 장치로서의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연구진이 최근 보도된 대리수술 및 의료사고 사건 12건을 분석한 결과, CCTV가 설치된 사례는 7건이었지만 실제 녹화가 이뤄진 경우는 1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사례는 환자의 촬영 요청 누락이나 안내 부족 등으로 녹화가 진행되지 않았다.

일부 대리수술 사건에서는 “CCTV 녹화 요청이 없는 경우에만 불법행위를 했다”는 진술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CCTV가 범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보다는 녹화를 회피하는 방식으로 우회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의료분쟁이나 성범죄 사건에서는 증거 확보 수단으로서의 효과가 확인됐다. 분석 대상 판례의 57.1%에서 CCTV 영상이 언급됐으며, 환자 추행 및 성범죄 사건에서는 모두 핵심 증거로 활용됐다. 일부 사례에서는 의료진의 무죄를 입증하는 자료로 사용되기도 했다.

연구진은 환자들의 제도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정부 차원의 홍보 강화와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설명 의무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보안 기준을 충실히 준수한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해킹 등 외부 요인에 따른 영상 유출 책임을 일부 경감하고, 전공의 교육 목적 촬영에 대한 별도 관리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수술실 CCTV는 단순히 카메라 설치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환자 안전과 의료진 권리, 의료 시스템 전반의 신뢰와 연결된 문제”라며 “환자 보호와 의료현장의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위한 지속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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