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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인천의 한 빌라에서 발생한 살인미수 사건 현장에서 경찰관이 가해자의 폭력을 피해 이탈한 뒤 일가족 3명이 흉기에 찔려 경찰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일 인천논현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5시께 인천 남동구 서창동 한 빌라에서 살인미수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빌라 4층 집에 살던 A씨(48)는 3층 B씨(50대) 집의 현관문을 발로 차고 소란을 피우다가 출동한 경찰관 C(40대·경위)·D씨(20대·여·순경)의 제지를 받고 집으로 돌아갔다.
C씨는 신고 내용 조사를 위해 B씨를 1층 빌라 밖으로 데려갔고 D씨는 3층 복도에서 B씨의 아내(50대)와 딸(20대)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이때 A씨가 갑자기 흉기를 들고 내려와 D씨의 등을 밀치고 B씨 아내의 목을 찔렀다.
당시 테이저건(전기충격기)과 삼단봉을 소지한 D씨는 A씨를 제압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해 1층으로 내려갔다. 1층에 있던 B씨는 비명을 듣고 긴급히 3층으로 올라가 A씨를 제압했고 뒤늦게 온 경찰관 C씨가 A씨의 손에 수갑을 채웠다. C씨는 공포탄·실탄이 장전된 권총을 갖고 있었지만 사용하지 않았다.
B씨와 딸은 A씨가 휘두른 흉기에 손을 다치고 얼굴에 상처가 났다. 목을 찔린 B씨의 아내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아직까지 의식불명인 상태이다. B씨는 출동한 경찰관들이 부실하게 대응해 가족의 피해가 컸다고 주장하고 있다.
송민헌 인천경찰청장은 18일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경찰의 소극적이고 미흡한 사건 대응에 대해 피해자들에게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피해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는 별개로 현재까지의 자체 확인된 사항을 토대로 감찰조사를 통해 해당 직원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A씨는 살인미수,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됐다. A씨는 얼마 전부터 3층 B씨 집에서 층간소음이 생겨 시끄럽다며 B씨측에 항의하고 갈등을 빚다가 범행 당일 B씨 집에 찾아가 난동을 부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B씨측은 15일 낮 12시52분께 112로 전화해 “층간소음 다툼이 있는 4층 남성이 문을 발로 찼다”고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관 2명은 발로 찬 것을 부인하는 A씨에게 경범죄처벌법상 불안감 조성 혐의를 적용해 경찰서로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통보한 뒤 돌아갔다.
이후 오후 4시57분께 B씨는 다시 112로 전화해 “4층 남성이 계속 문을 차고 있다”고 신고해 C·D씨가 출동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층간소음 때문에 갈등을 빚다가 화가 나서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현경찰서 관계자는 “실제 3층에서 소음이 발생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A씨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관 D씨가 3층에서 1층으로 내려간 것은 지원요청을 하기 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C씨가 3층에 늦게 올라간 것은 무전으로 지원요청을 한 뒤 가려다가 1층 공동현관문이 잠겨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C·D씨의 현장 대응 문제는 인천경찰청 감찰계에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