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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나발니를 치료 중인 독일 베를린 샤리테 병원 의료진은 “검진 결과 그에게서 독극물 징후가 발견됐다”며 “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라는 활성물질에 중독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 등 외신이 보도했다. 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는 신경계를 방해하는 물질로, 근육 마비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알츠하이머 치료부터 살충제와 화학 무기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나발니는 여전히 혼수상태다. 생명에 지장은 없지만 샤리테 병원 의료진은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확실하지 않다”며 “신경계 손상 등 장기적으로 건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이를 러시아 정부에 의한 독극물 테러로 보고 있다. 스테픈 자이베르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대변인은 “우리는 고의로 (독극물에) 중독됐을 가능성이 큰 환자를 대하고 있다”며 나발니가 독일에 있는 동안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메르켈 총리도 샤리테 병원의 발표 후 헤이코 마아스 외무장관과 공동 탄원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나발니가 러시아 야당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점을 고려해서 이번 범죄에 대해 최대한 투명하게 조사할 것을 러시아 당국에 요청한다”고 말했다.
나발니는 러시아의 대표적인 반체제 인사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당을 “범죄자와 도둑들의 정당”이라 꼬집었으며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를 봉건 국가로 만들려 한다고 비판해왔다. 그는 지난 20일 시베리아 톰스크 공항에서 차를 마신 후 모스크바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돌연 쓰러졌다. 나발니가 탄 비행기는 옴스크 시에 비상착륙했으며 그는 옴스크 병원에서 검사를 받다 독일로 이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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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샤리테 병원의 발표 직후 즉각 반발했다. 러시아 보건부는 혼수상태에 빠진 나발니의 증상이 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로 인한 중독과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또 러시아 병원이 나발니를 검사했을 때 어떤 독극물도 나오지 않았으며 혼수상태에 빠진 것은 신진대사 장애 탓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