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카슈끄지, 목 졸려 살해된 뒤 토막나"

정다슬 기자I 2018.11.01 09:30:56

터키검찰 발표..."계획된 범죄"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아라비아 영사관 앞에서 사람들이 자말 카슈끄지의 포스터를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사우디 ‘암살조’의 사전 계획에 따라 자국 총영사관에 도착 직후 목 졸려 살해되고 시신이 훼손됐다고 터키 검찰이 발표했다.

31일(현지시간) 터키당국은 사우디와 공동수사가 거부된 직후 이같이 밝혔다. 이날 사우드 알모젭 사우디 검찰총장은 이스탄불주(州) 검사장실을 방문해 수사 협력을 논의했으나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터키가 살해방법을 소상히 공개하면서 사우디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스탄불 검찰의 이날 발표에 따르면 카슈끄지는 이달 2일 자국 총영사관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돼 목이 졸려 사망했다. 암살조는 카슈끄지의 시신을 토막낸 후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모젭 사우디 검찰총장은 카슈끄지 시신의 소재와 살해작전 지시 주체, 사우디 당국이 언론을 통해 밝힌 ‘시신 처리 현지 조력자’의 신원 등 터키 측의 질문에 답을 제시하지 않고 이날 귀국했다. 모젭 검찰총장은 다만 수사를 위해 이스탄불주 검사장과 터키 대표단을 사우디로 초대했다.

익명을 요구한 터키 당국자는 “사우디 검찰총장 일행은 터키 수사당국이 확보한 증거가 무엇인지 알아내는 데 주로 관심을 보였다”면서 “그들이 진정으로 수사에 협조할 의지가 있다는 느낌을 못 받았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카슈끄지 사망사건을 둘러싼 터키와 사우디간의 신경전은 격화하는 모습이다.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지난 26일 사우디 측에 카슈끄지 시신 위치를 밝히고 피살사건 용의자 18명을 넘겨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사우디 정부가 응하지 않자 에르도안 대통령은 사우디가 “일부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게임을 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터키 역시 카슈끄지 사건을 계기로 사우디와 미국으로부터 무엇인가를 얻어내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시각이다. FT는 “터키가 결정적인 증거를 내놓지 않고 점진적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점이 이같은 추측에 힘을 싣는다”며 “어떤 이들은 터키가 노리는 것은 막대한 힘을 가진 무하마드 빌 살만 왕세자가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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