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물가불안 가중..`물가안정` 화두로
견조한 성장과 세계경제 상황도 변수로 제시
금리인상 기조 유지..공격적 긴축 어려울 듯
[이데일리 김춘동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통화신용정책의 주안점을 물가안정에 두기로 했다. 지난해 경기회복세에 도움이 되겠다는 기준금리 운용방향과는 크게 대비된다.
연초부터 물가불안이 가중되면서 올해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 중심치를 웃도는 물가상승이 예상되는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저금리 상태가 지속되면서 다양한 부작용이 예상되는데 따른 것이다.
다만 견조한 성장과 함께 유럽 재정문제를 비롯한 세계경제 상황을 변수로 제시해 물가안정을 위한 기준금리 정상화의 속도와 폭에 대해선 여지를 남겼다.
◇ 물가불안 심화..올해는 물가안정에 주안점
한국은행은 6일 발표한 `2011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에서 "올해 통화신용정책은 물가안정에 주안점을 두되 국내외 금융경제상황 변화를 고려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완화적 기조를 유지해 나가면서 국내외 금융․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완화의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하겠다. 기준금리는 당분간 경기회복세 지속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운용하겠다"는 지난해와는 달리 물가안정에 분명한 방점을 찍은 셈이다.
또 "통화정책 완화기조의 장기지속으로 나타날 수 있는 금융경제의 불균형 발생 가능성 등에도 유의하겠다"고 밝혀 저금리 상태가 지속되는데 따른 부작용에 대한 우려감도 표시했다. "불균형 발생 가능성에 점차 더 유의하겠다"는 지난해 표현보다 우려의 강도가 더 세졌다.
한국은행이 올해 통화신용정책의 화두로 물가안정을 전면에 내세운 이유는 현실적으로 물가불안이 가장 큰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경기의 경우 수출호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내수도 꾸준히 증가하면서, 지난해 불확실성에서 벗어나 견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올해 물가 기본전망 자체가 3.5%로 물가안정목표의 중심치를 넘어서는 만큼 물가안정의 비중을 더 강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견조한 성장과 세계경제 상황도 변수로 제시
한국은행은 다만 "주요국 경기, 유로지역 재정문제 영향 등 세계경제의 상하방 위험요인의 추이를 봐가며 금융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절하겠다"며 말해 긴축의 강도에 대해선 여전히 여지를 남겼다.
미국의 경기회복세가 완전히 정착되지 않은데다 중국의 긴축에 따른 불확실성, 유럽 재정위기 확산 등으로 세계경제가 재차 불확실해질 수 있는 만큼 세계경제 상황을 보면서 통화정책의 수위를 조절하겠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은 또 "우리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면서도 물가안정 기조를 확고히 하는데 중점을 두겠다"고 말해 견조한 성장 역시 물가안정과 함께 가장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정부의 5%대 고성장 정책에 어느정도 부응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아울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안정목표의 중심선을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단기적인 물가상승에 연연하지는 않겠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 금리인상 기조 유지..공격적 긴축 어려울 듯
이에 따라 한국은행의 올 통화정책 행보는 작년보다는 긴축의 강도가 더 강화되겠지만, 여전히 공격적인 긴축에 나서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물가상승 압력이 크게 확대되고 있는 만큼 꾸준히 기준금리 인상기조를 유지하겠지만, 격월 내지는 분기 단위 인상으로 경제에 주는 충격을 최소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통위 역시 금리 정상화에 더욱 무게중심을 두고 운영될 가능성이 높지만, 금리인상의 속도와 정도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함께 가계부채 문제 등 금리인상시 경제적 타격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금통위원은 "작년에는 미래의 성장경로가 확실치 않았고 불안한 점도 많았다"면서 "올해는 작년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거기에 맞는 통화정책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작년에 비해 올해 물가안정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금리인상의 시기와 속도는 여전히 선택의 문제"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