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에 가까운 물가상승으로 서민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비정상적인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조금이라도 물가를 끌어내리겠다는 판단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열린 제4차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이같은 의지를 강력히 밝혔다. 강 장관은 햄버거와 와인값을 예로 들면서 "국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물가가 오른 영향이 있지만, 우리나라 유통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어 같은 상품도 다른 국가에 비해 비싸다"고 지적했다.
재정부는 이날 우선 다른 나라보다 우리나라에서 가격이 더 높은 원인을 파악해서 다음주 이를 보고해 줄 것을 각 부처에 요청했다.
◇ 화장품·종합비타민, 유통마진 70~80%
지난 7월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화장품, 수입 종합비타민, 세탁용 세재, 석유류 등은 과도한 유통마진, 병행수입 제한, 독과점시장 등의 요인으로 외국보다 매우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수입화장품의 경우 수입원가는 상당히 낮지만 수입업체 및 국내백화점의 판매수수료가 부가되면서 최종 소비자 가격이 매우 높아졌다. 수입화장품의 원가는 제조원가와 수입부대비용을 포함해 25%를 차지하고, 도소매 유통마진이 7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국산화장품도 유통마진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원가는 20% 정도지만 도소매 유통마진이 80%에 달한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수입산 종합비타민의 경우 국내에서 독점판매권을 가진 사업자가 외국에서 수입해 독점공급함에 따라 세금을 포함한 원가 대비 유통마진이 290~300%에 달했다. 수입산 종합비타민의 가격 구조를 살펴보면 수입원가가 20~25%, 수입업체 및 물류업체 등의 마진이 55~70%, 약국마진이 10~20%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수입산 종합비타민의 가격은 미국에 비해 260% 정도, 아시아 주요국가보다는 33% 비싸다.
이날 강만수 장관이 와인과 햄버거 가격을 언급한 것은 이와같이 유통마진이 과도하게 부풀려지면서 소비자 가격이 비싸졌다는 사례를 꺼내든 것이었다.
◇강 장관, 각 부처에 외국과의 가격차이 원인 파악 요청
강 장관은 일단 이날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각 부처별로 타국보다 우리나라에서 가격이 높은 원인을 파악해서 다음주 회의에 준비해 줄 것을 요청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다른 국가와 가격 차이가 나는데 그 원인을 파악해서 다음 회의할 때 논의하게 준비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유통구조와 관련해서는 기존에 나왔던 것도 많이 있지만 새롭게 한번 해보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부처별로 보면, 농림수산식품부의 경우 가공식품, 지식경제부 경우 공산품 등에 대해서 자료를 준비할 것"이라며 "이날 회의는 아직 구체적으로 유통구조를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한 논의를 한 것은 아니고 과제를 던지는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아직 구체적인 방향이 잡히지는 않았지만, 각 부처별로 유통구조의 문제점을 점검 ·파악한 뒤 법이나 제도 개선, 현장 점검 및 감독 등을 통해 유통단계를 축소하거나 과도한 유통마진이 발생하는 구조를 고쳐가는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유통 단계 줄일 수 있도록 물류업 지원 강화해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차문중 산업·기업경제연구부 부장은 강 장관의 이날 발언과 관련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맞는 방향이고 시기도 적절하다"며 "물가에도 도움이 되고 소비지에서 가격도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차 부장은 유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유통구조의 각 단계에 있어 연결성을 높이고, ▲제조업에 비해 물류 등 서비스업이 정책에 있어 불리하지 않게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물류쪽은 아직 조직화가 잘돼 있지 않고, 영세성이 강하다. 물류시설 간에 연계가 잘 안 돼 있다보니 그 사이를 메우기 위해 영세적이고 전근대적인 사업자가 하나 더 생기면서 유통 단계가 늘어나는 비효율, 비생산적인 구조가 된다는 설명이다.
차 부장은 "정부가 나서서 조직을 짜줄 수는 없겠지만 정보화, 시설의 공동사용화 등을 통해 도와줄 수는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제조업에 비해 물류쪽이 세금, 전기료 감면 등의 특별 감면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유통과 관련된 주무부처를 통일하는 방안도 제기됐다. 차 부장은 "농식품부, 지경부, 국토부, 건교부 등 유통과 관련해 담당하는 부처가 많기 때문에 부처마다 지원책과 규제책이 얽혀 있다"며 "하나의 부처가 나서서 이 부분을 조정하면서 풀어나가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유통단계가 많으면 그만큼 마진이 발생한다"며 "유통 구조를 단순화해서 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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