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서열 3위인 LG가 15일 그룹의 운명을 가를 중대한 고비를 맞는다. 수년전부터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온 IMT-2000사업권의 획득 여부가 15일 판가름나는데다 LG화학의 퀴놀론계 항생제 "팩티브"에 대한 미 식품의약청(FDA)승인여부도 미국시각으로 15일(한국시각 16일오전) 결정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LG 관계자는 "하필 같은 날짜에 두가지 이슈가 걸려있어 느낌이 묘하다"며 "사업권과 FDA승인을 획득할 경우 그룹이 그동안의 부진을 떨쳐버리고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두가지 호재가 한꺼번에 터질 경우야 그렇지만 문제는 그 반대로 둘다 획득에 실패하거나 그중 하나만 얻는 일이 벌어졌을 때다. 수년간 쏟아부었던 투입자금과 노력을 허무하게 날려버리는 꼴이 되는 것은 물론, 그룹은 향후 그룹의 미래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다. 또 기업이미지도 추락하는 신뢰도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
어떤 일이 15일 LG에게 일어날 것인지 재계의 관심이다. 현재로선 어떤 사태가 발생할지 가늠하기조차도 쉽지않아 보인다.
◇LG화학의 FDA승인 가능성은=FDA 승인 여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전망이 가능하다. 승인을 놓고 다수의 업체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FAD가 제시하고 있는 승인 자격이라는 객관적이고, 분명한 기준에 부합되면 되기 때문이다.
승인 심사에 올라있는 것은 화학이 지난 94년 연구에 착수, 임상실험 등을 거쳐 바로 1년전인 지난해 12월15일 전략적 제휴파트너인 스미스클라인비참(SKB)이 FDA에 신약승인을 신청한 퀴놀론계 항생제 "팩티브"다.
FDA가 지난 1년간 SKB측에 승인을 불가할 것이라는 언질을 한 적이 없고, SKB도 전세계 판매를 위해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LG측에선 승인을 낙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만일 LG의 희망대로 된다면 이는 국내 업계가 모든 제약품을 통틀어 FDA를 포함, 해외에서 신약으로 인정받는 첫번째 사례가 된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또 지난 94년부터 온갖 투자를 했고 지난해 익산에 500억원을 들여 공장까지 건설했던 LG화학은 투자비이상을 돌려받게 될 전망이다.
당장 연 1000억원규모이상의 기술료(로열티)를 SKB로부터 받게 된다. 또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지역 판매권을 갖고 있어 판매대금도 상당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LG 고위관계자는 "FDA로부터 신약승인을 받게 되면 SKB측과 구체적인 계약을 다시 맺어야 할 것"이라며 "LG가 얻게될 이익은 이 계약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15일이 돼서 FDA승인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15일 승인은 LG측의 희망일 뿐 FDA가 이날 꼭 승인여부를 결정해야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LG관계자는 "이날이 1년이 된다는 점에서 승인이 날 것으로 희망하고 있다"며 "실제 FDA로부터 신약승인을 받은 사례를 보면 1년이 되는 날에 승인된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15일(한국시각 16일오전)이후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기가 문제일뿐 FDA 승인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강조하고 있다.
◇IMT-2000사업권은 어떻게 될까=FDA가 화학자체의 문제인 반면 IMT-2000사업권은 그룹전체의 운명에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특별하다.
계열사로 LG전자, LG텔레콤, 데이콤 등 전자 계열의 3개사가 참여하고 있고 이외에도 다수의 계열사가 IMT사업과 관계를 맺게되는 등 사업권을 따냈을 경우 그룹내 연관효과가 적지 않을 전망이다.
또 재계 3위지위를 넘보고 있고, 실제 통신분야에선 국내 최강자인 SK그룹과의 경쟁에서도 유리해진다. 하지만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는 사업권 획득을 장담하기 어렵게 만든다. 결코 LG보다 뒤진다고 할 수 없는 강력한 사업자들과 경쟁하고 있는데다 변수가 워낙 많아 사업권 획득을 낙관할 수 없는 실정이다.
LG가 IMT-2000사업권을 딸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LG측는 "IMT-2000 사업자 선정을 위해 정통부의 심사과정에서 결코 불리하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조심스럽게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배점이 17점인 개량 평가는 그 결과가 봉합되어 있어 알 수 없는 상태다. 또 비계량평가중 앞서 실시한 사업계획서 프리젠테이션에서도 신청자들이 뚜렷한 차별성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동기사업자를 신청했던 하나로통신의 경우 사업계획서상에 제시된 숫자들이 정교하게 맞춰져 있지 않아 계획서가 급히 만들어졌다는 인상을 남겼다는 평가다.
비동기사업자들도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우선 한국통신(KT)는 심사위원들에게 사업계획서
내용을 설명하면서 계획서와는 별개로 "IMT사업 추진배경"을 설명, 눈길을 끌었다. IMT사업권 획득여부가 향후 한통의 민영화, 외자유치 등 향후 경영일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 정책적 배려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프리젠테이션에 앞서 정통부가 사업계획서 범위내에서 회사입장을 설명하도록 요청했기 때문에 심사위원들이 한통의 설명을 어떻게 판단할지는 미지수다.
SK와 LG는 한통과는 달리 사업계획서 범위내에서 프리젠테이션에 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SK의 경우는 국내 1위의 무선통신사업자로서 위상을 강조하는 한편 경영능력을 심사위위원들에게 어필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반면 LG는 비동기사업 신청자중 비동기 기술이 가장 앞서있다는 점, 컨소시엄 구성의 충실도 등을 집중 부각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LG관계자는 "18명중 9명이나 되는 기술파트 심사위원들이 기술분야의 고난도 질문을 많이 해 기술력 평가가 가장 중시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상대적 우위를 자신했다.
LG는 최근 자신들의 탈락을 점치는 국내외 증권사의 전망에 대해 "사업계획 자체의 충실성, 설득력 등을 갖고 평가하는 것인 만큼 얼마든지 상식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애써 무시하는 눈치다.
LG는 IMT-2000사업을 획득하게되면 그룹의 장래를 통신사업전문기업으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탈락했을 경우 LG는 SK, 한통과는 달리 이를 만회할 기회를 갖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에서 충격파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SK의 경우 현재 이통통신사업의 기술을 발전시키면 미래의 IMT사업과 큰 차이가 없을 만큼 탄탄한 기반을 갖고 있고 한통 역시 유선통신망이 확실해 탈락에 따라 충격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며 "반면 LG는 전자, 텔레콤, 데이콤, 글로콤(IMT-2000)을 주축으로 한 통신사업전략을 다시 짜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