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인공지능(AI) 등 산업 구조가 빠르게 바뀌면서 개별 사건을 사후 처리하는 것만으로는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시장을 선제적으로 분석하고 중장기 경쟁정책과 법안을 설계하는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경제분석국 ‘투트랙’ 운영
3일 관가에 따르면 이 같은 방향은 최근 주병기 공정위원장의 주문에 따라 구체화하고 있다. 주 위원장은 다음 달 정식 출범을 앞둔 경제분석국의 역할과 위상을 애초 계획보다 격상해 위원회의 ‘브레인’으로 가동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핵심은 경제분석국을 ‘투트랙’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경제분석국은 위원회 소관 사건의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위법성을 입증하는 사건처리 지원 역할에 무게가 실렸으나, 여기에 산업과 시장을 분석하고 중장기 경쟁정책과 법안을 연구하는 기능을 함께 맡기기로 했다.
기존 정책 부서만으로는 중장기 정책 연구까지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책 부서는 당장 처리해야 할 현안과 제도 개선 업무가 많아 장기간의 시장 분석이나 새로운 정책·법안 연구에 충분한 시간을 투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고도의 고민이 필요한 정책·법안 디자인 업무를 경제분석국에도 부여해, 리서치와 사건처리의 비중을 절반씩 나누는 체제로 조직을 운영할 방침이다.
연구결과도 외부 공개
연구 결과도 내부 참고자료에 그치지 않고 외부에 공개할 계획이다. KDI 발간 보고서처럼 토론용 논문 형태로 묶는 방식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경제분석국 전용 연구 예산을 별도로 확보하고, 인사혁신처와 협의해 파격적인 우대 조건을 내걸어 해외 박사 등 우수 인력을 대거 유치할 전략도 세웠다.
주 위원장은 이같은 연구 기반과 인력이 제대로 갖춰지면, 공정위 경제분석국이 경쟁 정책 분야에서만큼은 KDI를 능가하는 최고 수준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감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계획은 법제화가 완료된 조직 개편안을 발판 삼아 속도감 있게 추진될 전망이다. 공포된 공정위 직제 개정령과 시행규칙에 따르면 경제분석국이 위원회 소관 사건 분석뿐만 아니라 ‘경쟁제한적 법령·관행 및 제도에 대한 경제분석’과 ‘국내외 주요 산업시장의 경제분석’을 수행한다고 명시돼 있다.
별도 직제 개편을 거치지 않고 부서 내 역할 비중을 나누는 선에서 이같은 밑그림을 즉각 실행에 옮길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직제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미국 등 경제 선진국에서도 경제분석 부서가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짚는 다양한 정책 보고서를 낸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책 연구와 사건 지원 비중을 어떻게 둘지는 운영으로 풀 수 있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시장 분석과 정책 연구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에는 긍정적이다. 다만 경제분석국이 실제 싱크탱크 역할을 하려면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연구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공정위 비상임위원을 지낸 최윤정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 법무부(DOJ)나 연방거래위원회(FTC) 등 선진 경쟁당국처럼 전문가 집단이 시장 연구를 지속하며 의견을 내는 싱크탱크 기능이 공정위에도 반드시 필요했다”며 “단순 사건 대응을 넘어 시장 분석 기능이 강화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취지대로 경제분석국이 작동하기 위해선 우수 인력을 유치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연구자 입장에선 불확실성이란 기회비용이 있기 때문에 획기적인 보상은 물론, 연구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확실히 보장돼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그간 사건 처리에 인력이 집중되다 보니 각 산업을 분석해 기업에 예측 가능성을 부여하는 정책 서포트 기능이 선진국에 비해 부족했다”며 “위법 행위 사후 처벌에 그치지 않고, 선제적인 산업 분석 보고서를 내 타 부처나 기업이 참고하게 하는 것은 범국가적 경쟁 촉진 차원에서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국내 전문가 풀과 공무원 처우의 현실적 한계를 고려할 때, 수십명의 박사급 인력을 단기에 섣불리 채용하면 전문성이 다소 부족한 인원이 정규직으로 굳어질 우려가 있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설립 목적에 충실한 역량을 갖춘 인재를 점진적으로 채용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경제분석국은 △산업경제분석과 △계량경제분석과 △시장분석팀 3개 조직으로 구성되며, 37명의 인력이 배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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