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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유가족들은 그간 추모의 공간을 찾아준 시민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 고 이주영씨의 부친인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부대표는 “많은 시민들이 추모를 위해 찾아주셨고, 지역 상인과 주민들도 참사를 겪어 힘드신 와중에도 유족들을 위해 마음을 모아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자발적으로 나서 물품, 메시지 포스트잇 하나하나를 지켜주신 봉사자 여러분들께도 마음 깊은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태원역 1번 출구는 시민들이 추모를 위해 가져다 둔 꽃과 메시지, 물품등이 쌓여 자발적인 추모 공간으로 기능해왔다. 자발적으로 모인 봉사자들이 비나 눈이 내리는 날에는 비닐을 씌우고, 마른 꽃 등을 정리하는 등 관리를 해왔다.
그러던 중 참사 53일째인 지난 21일 이들 세 단체는 논의를 거친 끝에 이태원역 앞 추모 공간을 정리했다. 이곳에 있던 메시지와 물품들은 녹사평역 합동분향소로 옮겨지거나 유족들을 지원하고 있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실 등에 임시 보관에 들어갔다. 현장에 놓여 있던 꽃들은 조계종의 도움으로 소각 후 재를 수목장 형식으로 처리할 예정이다.
상인들도 이와 같은 희생자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아픈 기억뿐만이 아니라 희망의 공간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바람을 전했다. 이동희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회장은 “상인들도 뜻을 모아 현장을 애도와 기억의 거리로 조성하고, 희생자들이 사랑했던 이태원 거리의 회복을 위해 함께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배광재 총무 역시 “상인들도 시민으로써 예를 다하고 싶었다”며 “앞으로도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노력해가겠다. 시민 여러분들도 이태원을 사랑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참사 이후 유족들과 참사의 피해자이자 목격자인 상인, 주민들이 서로를 보듬는 동안 제대로 된 대책 마련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성공회 용산 나눔의집 자캐오 신부는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용산구청 등은 이들이 서로를 보듬는 동안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대신 방관과 면피에만 급급했다”며 “이태원이 예전의 다양성, 개방성을 바탕으로 즐거운 화합의 공간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성현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피해자권리위원회 활동가도 각종 지원 대책의 필요성과 진실규명을 강조했다. 박 활동가는 “애도의 기억을 사회적으로 보존하기 위한 노력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심리적 회복과 트라우마 치료를 위한 지역 사회 내 심리지원체계 확보 등 일상 회복을 위한 권리를 보장해달라”며 “참사가 있던 두려움의 공간이 아닌 희망과 상생의 될 수 있게끔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진실을 밝혀 달라”고 말했다.
한편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공간 재단장을 위한 협약서에 서명을 했다. 이후 참사 현장인 골목의 추모 물품 등도 함께 정리, 지난 21일에 이어 이날도 재단장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