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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형사8부(재판장 이광만)는 26일 캐나다 자원기업을 인수했다가 헐값에 처분해 회사에 수천억원대 손실을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등)로 기소된 강영원(65·사진)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강 전 사장이 2009년 10월 캐나다 자원기업 하베스트 인수 당시 예정에 없던 정유 계열사 노스아틀랜틱라피이닝(NARL)을 함께 사들이면서 시장 가치보다 높게 책정된 약 12억 달러(한화 약 1조원)를 썼다고 봤다. 그러나 법원은 강 전 사장이 정당한 절차를 밟아 국외 자원기업을 인수했다고 봤다.
우선 강 전 사장이 독단적으로 국외 자원기업을 인수한 게 아니라 미국 메릴린치의 자산 가치 평가를 토대로 인수했다는 점을 꼽았다. 또한 사후에 석유공사 이사회에서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강 전 사장이 즉흥적으로 국외 기업을 인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당시 정부가 자원개발계획을 추진하면서 석유공사를 상대로 국외 자원기업을 인수하라고 독려했다. 법원은 이런 상황에서 강 전 사장이 석유공사에 손해를 끼칠 거라고 생각하고 하베스트를 인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강 전 사장이 당시 한 주당 8.3달러인 하베스트 주식을 10달러로 책정해 석유공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봤다. 그러나 법원은 기업을 인수할 때 일반 주식 거래와 달리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해 지급하는 게 통례라는 점을 검찰이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항소심 법원은 유가 상승 등 강 전 사장이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음을 인정했다. 하베스트는 본래 미국 서부텍사스유보다 가격이 저렴한 중동 두바이유를 정제해 시장에 판매하는 회사였다. 그런데 2011년 이후 미국 셰릴가스 개발 등으로 서부텍사스유 가격이 폭락했다. 법원은 강 전 사장이 이런 상황을 예상하기 어려웠을 거라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하베스트에서 영업 손실이 발생한 건 인수 당시 예상할 수 없었던 미국 서부텍사스유와 두바이유 사이 가격 역전 현상 때문이다”라며 “검찰이 자체 산정한 기준을 토대로 석유공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했을 뿐 사실상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