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문영재 기자] 올해 조류인플루엔자(AI) 피해규모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종(H5N8형) AI인데다가 경북 경주에서 보듯 전국 곳곳에서 ‘2차 감염’에 따른 AI 발생이 확대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AI와 관련, 야생철새의 고병원성 AI 검출건수는 지난 2010년에 비해 7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AI 피해 눈덩이..역대 최고치 깨나
AI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0일 현재까지 AI 발생농장과 예방적 살처분 등을 통해 매몰처리된 닭·오리가 363농가 860만8000마리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 19개 농가 42만9000마리를 추가 매몰처분키로 했다. 모두 903만7000만리 규모다. 이는 역대 가장 피해가 컸던 2008년(1020만4000만 마리)에 육박하는 규모다.
문제는 이번 AI에 따른 매몰처분 건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데 있다. 충북 음성과 경북 경주에서처럼 전국 곳곳에서 2차 감염피해가 우려되고 있어서다. 경주 농가는 AI 발생농가의 반경 500m 안에서 닭을 집단사육하는 28농가 55만8000마리를 살처분키로 했다.
이준원 농식품부 차관보는 “철새가 국내에서 떠날 때까지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AI 발생지역 3km 이내는 적극 살처분에 나서면서 과거보다 살처분 규모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 경북 경주 ‘2차 감염’ 발생..방역체계 ‘구멍’(?)
농식품부는 경북지역 첫 AI 발생지인 경주 천북면 양계농가에 대해 역학조사를 벌인 결과, 이전 AI 발생지역인 경기 평택(남양만)에서 닭 5200마리를 입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방역체계가 뚫려 ‘2차 감염’이 발생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줄곧 농가에 사람·차량 등을 이동통제해야 한다며 차단방역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경주 농가는 닭을 입식하면서 방역 당국에 신고를 하지 않았고, 평택시는 분양 농가의 닭에 대한 육안 임상관찰 후 ‘이동승인서’를 발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방역 당국은 AI 확산을 막기 위해 가금류 입식을 자제하고 입식할 경우 입식의향서를 제출하고 입식신고를 하도록 권장했는데,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권재한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이동승인서가 팩스로 전달된 것으로 돼 있다”며 “현장에 가보지 않았다는 문제는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더 조사를 해서 밝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AI의 감염원으로 정부는 철새를 지목한 가운데 야생조류(철새)의 고병원성 AI 검출건수는 지난 2010년(20건)에 비해 70% 이상 증가한 34건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