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이데일리 임일곤 기자] 한국에 밀려 TV 시장 주도권을 놓친 소니, 샤프 등 일본 업체들이 ‘고해상도’를 무기로 반격에 나섰다.
CES 개막을 하루 앞둔 7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 곳곳에 마련된 전시회에선 한국과 일본 전자 업체들이 화질과 해상도를 개선한 차세대 TV를 줄줄이 내놓았다. 이들 업체가 마련한 행사에는 각각 1000명 이상의 전 세계 취재진이 몰려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탄성을 내질렀는데 마치 한국과 일본의 축구전을 관람하는 것처럼 지켜보는 이를 뜨겁게 만들었다.
LG전자는 이달 초 국내 시장에 출시한다고 밝힌 55인치 화면크기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오는 3월에 미국 시장에도 출시할 계획이다. LG전자는 OLED 외에도 고해상도의 울트라HD TV 라인업도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선보인 84인치 울트라HD TV에 이어 가격을 낮춘 55인치와 65인치 제품도 추가로 선보였다. 화면 크기를 줄이고 가격도 낮춰 수요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세계최대 크기인 110인치 울트라HD를 내세우며 초대형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계획이다. 800만화소의 울트라HD는 풀HD 해상도(200만화소)보다 4배 더 선명한 영상을 제공한다. 일본 업체들은 이를 4K라 부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밖에도 CES 주최측으로부터 ‘최고혁신상’을 받은 85인치 울트라HD TV도 공개했다. 기존의 TV 틀을 깨고 큰 사각형 프레임 속에 TV 화면이 떠 있는 듯 구성한 ‘타임리스(Timeless) 갤러리’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소니와 샤프 등 일본 업체들의 반격도 매서웠다. 소니는 이날 최초로 4K 해상도의 56인치 화면크기 OLED TV를 최초로 공개했다. 이 제품은 대만 디스플레이업체 AUO와 공동으로 개발한 것으로, 출시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다. 소니는 지난해 CES에서 55인치 LED(발광다이오드) TV를 공개하는데 그쳤으나 올해에는 이보다 한단계 개선된 OLED TV를 내놓으면서 삼성·LG전자와 차세대 TV 시장을 놓고 본격적인 다툼을 벌이게 됐다. 샤프 역시 60인치 이상 화면크기의 4K TV를 선보였다.
한국과 일본 TV 업체들은 이번 CES에서 북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고해상도의 대형 TV를 경쟁적으로 내놓았다. 북미 시장은 다른 지역보다 주택 크기가 비교적 넓어 거실에 대형 TV를 놓으려는 수요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업체들은 TV 사업에서 모두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나 제품 가격이 점차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나빠지자 차세대 TV인 OLED 등에 더욱 목을 매고 있다. 다만 OLED TV는 기존 LCD보다 가격이 몇 배 이상 비쌀 뿐더러 전용 콘텐츠가 아직 많지 않아 보급이 힘들 것이란 견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