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단에 선 `젊은 선생님` 말씀에,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한 30여명의 `할머니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한다. "맞아, 맞아" 하며 공감하거나 "아" 하는 깨달음의 감탄사를 내는 할머니들도 보인다. 노트를 꺼내 필기를 한다. 영락없이 기말고사 앞두고 족집게 과외를 받으며 `열공(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습이다.
19~21일 서울 금천구가 `아이낳기 좋은세상 금천운동본부`와 함께 개최한 `예비 할머니·할아버지 교실` 강의 현장. 이 기간 금천구는 외부강사를 초청, 하루 두 시간씩 관내 예비 조부모 및 손자녀를 둔 조부모를 대상으로 효과적인 육아 방법에 대해 강의했다. 사흘간 50~60대 `새내기 조부모` 100여명이 수업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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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놀아줘야 잘 놀아주는 거냐?"는 한 할머니의 질문. ▲할머니 발등에 아이 발을 얹어 같이 걷기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넓게 펼친 이불에 아이 태우고 놀아주기 ▲공놀이· 풍선놀이· 그림그리기 같이 하기 등이 정답으로 제시된다. "배변 훈련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최대한 즐겁게, 놀아주듯 화장실로 데려가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두살배기 손자를 둔 이해복(67) 할머니는 "젊었을 적 아들·딸을 키우며 알면서도 놓쳤던 것들을 배우게 돼 좋았다"면서 "매부터 때려 키우던 예전 방식에서 벗어나, 신세대를 키우는 것에 맞게 좀 더 고민하며 손자를 키워야겠다"고 강연 들은 소감을 전했다.
행사를 기획한 `사단법인 한 자녀 더 갖기 운동연합`의 이이숙 금천구지부장은 "맞벌이 부부가 급증하고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진 시대"라며 "이를 해결하려면 육아에 대한 조부모 세대의 관심이 높아져야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금천구 관계자는 "작년부터 동일한 행사를 시행하고 있는데 호응이 좋아 앞으로도 이 같은 조부모 대상의 교육 과정을 개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둘째날 `아동발달의 이해`를 주제로 강의를 한 김운화 서울기독대 교수는 "조부모는 정서적 유대감을 통해 아이들에게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세대"라며 "달라진 시대상에 맞는 올바른 육아법을 익히고, 아동발달에 대한 포괄적 이해를 넓히려는 조부모들의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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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김 교수가 강의 도중 할머니들에게 전한 `올바른 육아법` 몇 가지(할아버지나 일반 부모들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다).
- 갓난아기한테는 딸랑이 소리를 들려주는 등, 볼 것과 들을 것을 최대한 많이 제공해라. 인지 발달에 효과적이다.
- 걸음마를 배우는 시기의 아이에게는 억지로 걸음마를 가르치려 하지 마라. 자라면서 다리가 벌어지는 등 부정적 효과가 있을 수 있다.
- 어떤 경우든 감정을 앞세운 체벌은 비추천. 사랑과 매를 너무 반복하면 아이한테 사람을 의심하는 경계성 인격장애가 생길 수 있다. 체벌은 즉시적 효과가 있지만 그게 오래 가지는 않는다. 감정 섞이지 않은 단호한 목소리로 훈육하면 된다.
- 아이가 어떤 말을 할 때는 최대한 잘 듣고 기다려라. 말하는 도중 끊고 들어가면 나중에 아이의 언어 표현력이 약해진다. 또 최대한 천천히 들려줘라. 너무 빨리 듣는 말에 아이는 혼란을 느끼고 유창성 장애를 겪을 수도 있다.
- 존댓말 등 고급언어를 아이한테도 써라. 한 개인의 초자아(양심)는 유치원 시기에 가장 많이 발달한다. 양육자가 모범을 보여야 아이가 배운다.
- 아이를 돌보는 사람이 너무 자주 바뀌면 아이가 불안감을 느낀다. 따라서 아이가 하루에 몇 번씩 조부모와 맞벌이 부모 사이를 오가는 것보다는, 한 주 내내 조부모와 있다가 주말 정도에 부모와 만나도록 하는 편이 낫다.
- 아이를 데리러 가는 시간은 항상 일정해야 한다. 매일 오후 6시로 정했다면 그보다 너무 일찍 가는 것도 안 좋다. 다음날부터 아이가 `어제는 이때 왔는데 오늘은 왜 안오지?` 하며 불안감을 겪게 된다.
- 무관심은 최악의 육아법이다. 칭찬받고 싶어 자신이 잘한 것을 이야기한 아이에게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으면 아이는 다음부터 잘못된 행동으로 관심을 끌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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