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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기만 한 줄 알았던 딤섬이 최근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중국 대표음식인 딤섬의 이름을 따서 나온 위안화 표시 채권 상품, 이른바 `딤섬본드(Dimsum Bond)` 입니다.
해외기업이 다른 통화 표시로 발행하는 채권에는 사무라이본드와 유로본드, 아리랑본드 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기업이 엔화 표시 채권을 발행하면 사무라이본드가 되는거죠. 일본 기업이 우리나라 원화 표시 채권을 찍으면 아리랑본드가 되는 겁니다.
위안화 표시 채권은 크게 딤섬본드와 팬더본드로 나뉩니다. 홍콩 아닌 중국 본토에서 해외 기업들이 발행하는 위안화 표시 채권을 팬더본드, 해외 기업이 홍콩시장에서 발행하는 채권을 딤섬본드라고 합니다.
같은 위안화 표시 채권이지만 팬더본드보다 딤섬본드 인기가 훨씬 높은데요, 원인은 단 하나 `규제`입니다.
딤섬본드는 팬더본드와 달리 발행 자격에 제한이 없습니다. 중국 정부는 작년 2월 외국 기업들의 위안화 채권 발행을 전격 허용했습니다. 위안화로 자금을 조달하고 싶었던 외국 기업들에게 길이 열린 것이죠. 위안화에 베팅하고 싶지만 군침만 삼켜왔던 투자자로서는 놓칠 수 없는 투자 아이템이 됐습니다.
딤섬본드는 채권이기 때문에 최근처럼 금리가 올라가는 시기에는 수익률이 높지 않습니다. 채권 투자로만 놓고 본다면 연 2~3% 정도의 수익률도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오히려 손해가 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것은 단 하나, 위안화 절상에 따른 환차익입니다. 작년부터 꾸준히 위안화 절상을 추진해 온 중국 정부는 갈수록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올 초부터 지급준비율과 금리를 잇달아 올려왔고 앞으로도 점진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장 컨센서스대로 연 6~7% 가량 위안화 절상이 단행된다면 딤섬본드 수익률은 8~10%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이만하면 투자매력이 상당하다고 볼 수 있죠.
돈 좀 있다는 고액 자산가들은 벌써부터 빠르게 위안화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환차익에 베팅하기에 그만이라는 딤섬본드에도 돈이 몰리고 있습니다.
하나은행이 프라이빗뱅킹(PB) 고객을 대상으로 딤섬본드 상품을 판매한 첫 날, 60억원어치가 팔렸습니다. 삼성증권과 삼성자산운용이 지난달 내놓은 딤섬채권 사모펀드도 1주일만에 500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았습니다.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치고는 성과가 대단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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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침 돌게 하는 딤섬본드, 매력이 높지만 주의할 점도 만만치 않습니다.
일단 세금 효과입니다. 딤섬본드 투자는 펀드나 신탁을 통해 가능합니다. 채권형 펀드에 투자할 경우 이자 뿐 아니라 환차익에 대해서도 세금을 물어야 합니다.
반면 신탁의 경우 위안화 절상에 대한 수익이 소득세 과표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절세를 누릴 수 있습니다. 특정금전신탁의 경우 위안화 예금이나 딤섬본드에 투자하는 상품들이 있습니다. 세금에 민감한 투자자라면 펀드보다는 신탁을 통한 투자를 알아봄 직 한 이유입니다.
딤섬본드 인기가 높아지면서 물량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홍콩 현지에서 유통되는 딤섬본드는 이미 상당히 가격이 올랐습니다. 비용 대비 수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얘깁니다.
또 주 수익원이 위안화 절상인 만큼 절상폭이 예상만큼 크지 않으면 국내 채권에 투자하는 것보다도 못한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딤섬본드가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경기 회복기에는 주식 투자수익률이 채권보다 낫습니다. 올해는 글로벌 경기가 완연한 봄 날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안정성보다 수익률에 베팅하는 것을 선호하는 투자자라면 딤섬본드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을 수 있다는 얘깁니다.
김용희 현대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금리 인상기에는 채권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에 채권 투자상품의 매력이 떨어진다"며 "특히 위안화 절상폭이 낮으면 국내 채권투자에 비해 수익률이 좋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폭 깨물면 확 퍼지는 딤섬의 맛! 하지만 성급히 베어물다가는 뜨겁게 흐르는 육즙에 혀를 델 수도 있습니다. 핫 아이템이라고 무작정 달려들다가는 예상치 못한 변수에 발목 잡혀 후회할 수도 있지요. 투자의 기본은 언제나 꼼꼼함과 신중함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