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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인수戰)관건은 가격..이겨도 `승자의 저주`?

김국헌 기자I 2010.09.28 11:42:21

범현대가 자존심 싸움에 출혈경쟁 불보듯
현대건설 35%에 `4조+α` 변수
현대건설 인수비용으로 주력사업 경쟁력 약화 우려

[이데일리 김국헌 기자] 현대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간의 현대건설 인수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현대건설을 인수하지 못하면 경영권이 위태로워지는 현대그룹이 배수진을 치고 공격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금력 측면에서 강점을 가진 현대차그룹이라 하더라도 현대그룹의 대응에 따라 가격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수·합병(M&A) 관련 업계에서는 시숙과 제수간 자존심이 걸린 이번 인수전에서 출혈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경우에 따라 `승자의 저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출혈경쟁 불가피..`돌발 인수價 나올라`

▲ 현대그룹 지배구조는 순환출자 형태다. 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로지엠(옛 현대택배)→현대엘리베이터로 이어지며, 현대상선이 계열사 대부분을 거느린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출처: 2010 업계지도)


현대그룹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하면서 경쟁자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인수전의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 채권단과 소송을 불사했고 결국 이겼다. 명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창업주를 동원한 TV 광고를 내보내는 등 치밀한 전략으로 경쟁자를 당혹케 했다.
 
현대건설을 매각하는 채권단 입장에서 인수가격이 중요한 것은 당연지사. 인수가격을 써낼 때도 공격적인 행보가 지속될 경우 출혈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현대건설 매각에서 인수기업들 간에 경쟁이 너무 과열된 조짐이 있다"며 "(현대그룹이) 비이성적인 가격을 써내지 않을지 걱정이라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차입 규모와 조건 등을 중요한 평가요소로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매각 주체가 인수후보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요소로 여전히 가격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현대건설 값어치 4조원+α?..`이겨도 지는 싸움` 

채권단이 매물로 내놓은 현대건설(000720) 지분 34.88%의 인수가격 범위는 3조~4조원대로 추정된다. 그러나 인수후보들이 얼마나 높은 프리미엄을 붙일진 그 어느 인수전보다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송흥익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보통 경영권 프리미엄을 30% 정도 보는데 이 수준이면 3조9000억원 내외에서 인수가격이 형성된다"며 "50%로 높게 잡고 봐도 4조3000억원으로, 이 이상이면 비싼 가격"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현대그룹이 꼭 인수하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인수전에 임하고 있기 떄문에, 경쟁자인 현대차그룹은 높은 인수가격에 대응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대우건설을 인수한 금호아시아나그룹 사례에서 보듯이, 지나친 가격에 현대건설을 인수한다면 승자가 누구든 이겨도 진 싸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자금력이 탄탄한 현대차라도 비싼 인수가는 외국인 주주와 노동조합의 비판을 살 빌미가 된다. 현대그룹은 투자자들을 끌어들였다고 자신하지만, 높은 인수가 부담은 유동성 위기를 초래할 공산이 크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은 무리한 인수가격을 쓰진 않을 입장이라고 설명했지만, 마지막 서류에 어떤 숫자가 적힐진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메릴린치는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한 후 현대상선 지분 8%를 현대그룹에 매각하는 방안을 긍정적 시나리오로 제시하면서 "서로 이기려고 계속 경쟁할 경우 입찰 가격이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는 수준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車·해운 후진?..주력사업 경쟁력 약화 우려

지나친 인수가격은 단기적으론 재무제표에, 장기적으로 경쟁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현대자동차(005380)는 현재 도요타의 빈 자리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세계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 개발과 품질 관리에 사용할 기회비용을 현대건설 인수에 쏟아부어야 한다면 상황이 반전될 가능성이 남아있다.

실제로 급격한 생산 확대로 품질 관리의 공백이 드러났다. 지난 1일 쏘울과 쏘렌토·모하비·K7 등 4개 차종 1만8272대에서 제작결함이 발견돼 업체 자발적으로 결함을 시정(리콜)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6일에는 미국에서 2011년형 쏘나타 13만9500대를 리콜하기로 했다.

현대그룹도 마찬가지다. 국내 2위 해운사 현대상선(011200)은 최근 몇 년간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선박 투자를 최소화했다. 이것이 금융위기엔 오히려 도움이 됐지만, 선박에 투자할 돈을 현대건설 인수에 쏟아부으면, 현대상선이 뒷걸음질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채권단은 승자의 저주를 차단하기 위해 차입을 통해 과다한 인수가격을 써낼 경우 이를 감점요인으로 평가에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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