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HIV 감염을 이유로 한 수술 거부는 차별"

이소현 기자I 2023.06.20 12:00:00

"보건의료체계 내 낙인·차별 해소 노력 필요"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을 이유로 수술을 거부한 행위는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권위는 A병원장에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HIV 감염인 진료를 위한 직무교육을 실시하고,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진정인은 피해자 B씨가 작년 5월 31일 A병원에서 관혈적 디스크 절제술과 신경 성형술을 받기로 했으나 당일 수술 전 검사에서 HIV 양성이 확인되었다는 이유로 수술을 거부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A병원 측은 “피해자가 HIV 감염인이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아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었다”며 “다른 의료인이 피해자에게 이미 시행한 치료 사항을 명확히 알 수 없는 등 의학적 특수성 탓에 새로운 치료가 어려웠으므로 피해자에 대한 진료거부 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소규모 병원으로 HIV 감염인 등을 위한 시술·수술 공간이나 전담 전염관리팀이 없다”며 “수술 중 출혈 등 긴급 상황에서 HIV와 같은 전염성 질환자 처치에 관한 전문지식이나 시설도 갖추지 못하고 있어, 부득이 다른 병원에서 진료받도록 안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질병관리청이 발행한 ‘2020년 HIV 감염인 진료를 위한 의료기관 길라잡이’와 ‘2022년 HIV·ADIS(에이즈) 관리지침’에 따르면 HIV 감염 고지 여부는 수술 등 진료와 치료의 조건이 되지 않는다는 게 인권위 측 설명이다. 또 HIV 감염인에 대한 진료나 수술 시, 의료진과 환자의 보호를 위해 HIV 감염인뿐만 아니라 모든 환자에게 의료기관이 적용하는 표준주의 지침을 준수하는 것 외에 혈액 매개병원체(HBV·HCV·HIV 등) 보유자의 수술을 위한 별도의 장비는 필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인권위는 HIV 감염 사실의 고지 여부는 수술 등 진료와 치료의 조건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피해자가 A병원 직원과 상담 중 HIV 관련 진료를 받고 있는 의료기관 등을 설명했던 것으로 보아 A병원 측이 피해자로부터 그동안 받은 치료 등에 관해 설명을 듣거나 피해자 동의하에 관련 기록을 받아볼 수 있었을 것으로 보고, 수술 거부 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질병관리청의 지침에 따르면 모든 환자에게 적용되는 표준주의 지침의 준수 외에 혈액 매개병원체 보유자에 대한 수술을 위한 별도의 장비나 시설이 필요하지 않으므로, A병원에서 HIV 관련 별도 시설이나 전문지식의 부재를 이유로 수술을 거부한 것은 정당한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A병원 측이 피해자의 수술을 거부한 행위는 HIV·에이즈에 대한 두려움과 편견에서 비롯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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