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차 경쟁력은 고품질 배터리 확보가 관건
21일 재계에 따르면 정 수석부회장은 22일 충북 청주시에 있는 LG화학 오창공장을 방문한다. 오창공장은 LG화학의 배터리 핵심 생산기지다. 이 자리에서 정 수석부회장은 배터리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구 대표와 비공개 회동을 가질 계획이다.
정 수석부회장이 국내 배터리 공장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지난달 13일에는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방문, 생산라인을 본 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비공개 만남을 가진 바 있다. 삼성 측은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 받는 전고체 배터리의 개발 현황에 대해 설명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또 다른 배터리기업인 SK이노베이션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SK그룹의 최태원 회장도 조만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배터리를 연결고리로 정 수석부회장이 재계 1, 3, 4위 그룹의 총수들과 연쇄 회동을 갖는 것이다.
이처럼 현대차가 국내 배터리 3사(LG화학(051910), 삼성SDI(006400), SK이노베이션(096770))와의 협업을 강화하는 것은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대비, 미래차(전기차)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전기차의 경쟁력은 배터리의 경쟁력에서 나오는 만큼 고품질의 배터리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가 향후 자동차 제조사들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가 됐다. 실례로 올해 기아차에서 출시한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배터리 수급 문제로 올해 1만5000대까지만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배터리 확보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다른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 역시 미래차 사업을 위해 배터리기업과 손을 잡고 있다. 전기차만 만드는 테슬라는 최근 파나소닉과 리튬-이온 배터리 셀의 제조 및 공급을 위해 3년 계약을 체결했고, 토요타자동차는 지난해 7월 차량용 배터리 생산업체인 중국 CATL, BYD 등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다. 2020년 이후 토요타가 중국에서 판매하는 전기차에 이들 기업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한다는 내용이다.
|
◇재계 1~4위 그룹 ‘전기차 어벤져스’ 구성할까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자유무역보다는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더 강화되는 추세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 완성차-배터리 기업의 협업은 더 힘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 같으면 정 수석부회장을 포함한 그룹 관계자들이 전 세계를 다니며 다양한 파트너를 만나 교류하면서 사업 기회를 찾겠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그런 일이 많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는 국내 기업간 협업이 강화될 것으로 보이고, 최근 정 수석부회장의 행보 역시 그런 차원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힘을 모아 미래차 경쟁력 확보에 나서는 초유의 일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삼성, 현대차, LG, SK가 함께 전기차를 포함한 미래차 개발에 나선다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그야말로 ‘전기차 어벤져스’가 나타나게 되는 셈”이라고 평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LG화학 오창공장에서 지금보다 진일보한 배터리 기술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LG화학인 만큼 다양한 종류의 차세대 배터리를 연구개발하고 있어 보다 심도 있는 얘기가 오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삼성SDI에서도 소개받은 전고체배터리 개발 현황도 청취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 역시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으로 2025년까지 샘플을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와 LG화학은 이전에도 자동차 배터리 분야에서 다양한 협업을 해 오고 있었다. 최근에는 전기차 배터리 분야의 글로벌 유망 스타트업 발굴을 위한 ‘더 배터리 챌린지’를 함께 진행하고 있고, 배터리 공장 설립을 위한 합작법인 추진설이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