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소비 증가에도 제조업 부진 심화…암울한 경기전망(종합)

이명철 기자I 2020.05.29 10:05:19

코로나19 둔화에 4월 소매판매 전월比 5.3% 증가
서비스업 증가에도 반도체 등 광공업 생산 넉달째↓
수출 부진 지속…경기동행·선행지수 3개월째 동반 하락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소 진정되면서 4월 소비지표가 크게 회복했지만 대외 불확실성은 커지는 분위기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 주요 수출국의 봉쇄 조치로 타격을 받으면서 제조업 중심으로 산업 생산지표 부진은 점차 심화할 전망이다. 현재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경기지수가 외환위기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하는 등 경제 여건은 여전히 위중한 상황이다.

지난 13일 부산 부산신항에 컨테이너들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제공
◇ 산업생산 지표, 금융위기 수준 악화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소매판매는 5.3%(전월대비) 증가하며 지난해 12월(0.6%) 이후 4개월만에 반등했다. 상승폭은 1995년 12월 이후 24년 4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의복 등 준내구재(20.0%) 승용차 등 내구재(4.1%) 화장품 등 비내구재(1.6%) 판매가 모두 늘었다.

서비스업 생산은 숙박·음식점(12.7%), 교육(2.8%) 등 영향으로 0.5% 늘면서 1월(0.5%) 이후 3개월만에 증가 전환했다. 설비투자(5.0%)도 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2~3월 서비스업 생산과 소매판매가 위축됐는데 4월 코로나 확산세가 다소 완화되고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와 의복·신발 등의 소비 반등이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국내 소비·투자 회복세와 달리 산업생산 지표는 부진하다. 4월 전산업 생산은 2.5% 줄어 올 들어 4개월째 감소세다. 서비스업 생산 증가에도 광공업 생산(-6.0%)이 2008년 12월(-10.5%)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한 탓이다.

광공업 중에서도 제조업 생산 감소폭(-6.4%)이 가장 컸다. 우리 주력 수출업종인 반도체는 15.6% 줄면서 2008년 12월(-16.9%) 이후 최대 감소폭을 보였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68.6%)은 5.7%포인트 하락하며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2월(66.8%) 수준까지 낮아졌다.

3월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 후 주요국의 본격적인 봉쇄조치 등이 시작한 것을 감안하면 4월 이후 제조업 등에 미칠 영향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 심의관은 “3월까지 코로나19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지만 4월 주요 수출국의 코로나19 확산과 봉쇄 영향이 제조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5~6월 (국내는) 생활방역 전환과 재난지원금 정책 효과가 반영되겠지만 제조업은 불확실성이 굉장히 높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경기종합지수 추이. 통계청 제공
◇ 글로벌 수요 위축으로 수출 부진 지속

경기 동향 지표인 경기종합지수도 하락세다. 현재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4월 97.3으로 1.3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1998년 3월(-2.0포인트) 이후 22년 1개월만에 최대 낙폭이다. 앞으로 경기 전망에 대한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99.1)도 0.5포인트 내렸다.

김용범 기재부 제1차관은 이날 정책점검회의에서 “글로벌 수요 위축 등에 따른 수출 부진 여파로 서비스업에서 시작된 위기가 제조업에도 본격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경기동행·선행지수는 3개월 연속 동반 하락해 현재와 앞으로 경기흐름이 녹록치 않음을 나타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제조업 부진과 경기종합지수 하락세를 감안할 때 국내 경기 여건은 당분간 어려운 상황을 이어나갈 것이라는 판단이다.

소비자심리지수의 경우 5월 77.6으로 전월대비 6.8포인트 상승하는 등 소비·서비스업 개선 가능성에도 수출 감소세 지속에 따른 광공업 부진이 계속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수출의 경우 4월에 전년동기대비 25.1% 감소했으며 5월 1~20일에는 20.3% 줄었다.

기재부 경제분석과 관계자는 “내수 회복의 불씨를 살리고 어려운 수출 상황을 타개하도록 코로나19 방역에 만전을 기하면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과제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4월 산업활동동향. 통계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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