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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약사회는 이날 역대급 폭염 속에서도 편의점 판매약 확대 방침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집회 측 추산 약 3300명(경찰 추산 2000명)의 전국 약사 및 약학대 대학생들이 청계광장에 모였다.
주최 측은 폭염 속 집회 참가율을 높이기 위해 길이 150m, 높이 6m에 달하는 대형 그늘막을 설치하고, 썬캡과 이온음료 등을 나눠주며 행사 참여를 독려했다. 오후 2시쯤 행사 시작 안내 멘트가 나오자 전국에서 모인 대한약사회 소속 인원들이 무리를 지어 미리 설치된 무대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조찬휘 대한약사회 회장은 이날 대회사를 통해 “촛불민심을 등에 업고 정권교체에 성공한 현 정부가 진정 국민의 안전과 보호를 위한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 맞느냐”면서 “우리는 8만 약사들을 대표해 편의점 판매약 품목 확대를 통해 국민의 건강권을 훼손하려는 정부의 작태를 규탄하기 위해서 다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이번 궐기대회는 다음달 8일 보건복지부의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 개최를 앞두고 △편의점 판매약 확대 저지 △기업형 면허대여 약국 척결 및 병·의원 내 불법 약국개설 저지 △화상투약기 도입 저지 △대자본의 영리 법인약국 도입 철회 등을 요구하기 위해 열렸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편의점에서 겔포스 같은 제산제(制酸劑)와 설사 치료약인 지사제(止瀉劑)를 팔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 회장은 “편의점 판매약 확대가 지속되면 무분별한 의약품 오남용과 부작용으로 인해 국민건강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고, 기업형 면대약국과 병·의원내 불법 약국이 개설되면 의약분업 원칙을 훼손하고 건강보험 재정을 좀먹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화상투약기 도입 또한 의약품 변질과 기계 오작동 및 조작 오류 등으로 약화사고 유발을 초래할 수 있으며, 영리 법인약국 도입은 동네약국 몰락을 초래함은 물론 재벌과 자본의 이익을 위해 약 먹는 사회를 조장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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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약사회 소속 관계자는 “정부의 현행 정책은 많이 생산해서 많이 먹게 한다는 취지인데 약은 많이 먹는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적당한 처방에 따라 먹어야 한다. 산업 발전을 위해 국민건강권을 담보하는 형태로 가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궐기대회에서는 전국약학대학학생협회 소속의 전국 약학대학 학생 400명도 참석했다. 김용현 전국약학대학학생협회 회장은 “35개 약학대 학생회장들이 약사들의 미래와 국민건강을 위해 오늘 궐기대회에 참가하자고 의견을 모아 오게 됐다”면서 “편의점 상비 의약품은 약사법 상 24시 365일 연중무휴인 편의점에만 판매할 수 있는데 야간에 운영하지 않는 편의점에서도 의약품을 판매하는 현실을 보면서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청계광장 인근에서 약사회의 집회를 지켜보던 시민 김모(34)씨는 “보건복지부에서 판매가 허가된 일부 의약품에 대해서만 편의점에서 구매하기 쉽게 하겠다는데 무엇을 문제제기 하고자 하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약사회는 결의문 채택을 끝으로 이날 궐기대회 행사를 마무리했다. 약사회는 결의문을 통해 △편의점 판매약 제도를 즉각 폐지할 것, △기업형 면허대여 약국과 병원 부지 내 불법 개설약국을 발본색원할 것, 의약품 자동판매기 입법안을 즉각 폐기할 것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