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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 호황…野 “초과세수 올해 18조, 내년 최대 23조 발생”
19일 국회·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최근 야당을 중심으로 이 같은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목소리 내는 사람은 과거 기재부 1차관을 지내 재정·세제 사정에 밝은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이에 따라 올해 걷히는 세금은 정부 전망치를 크게 웃돌 것이 확실해졌다. 추경호 의원은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올해 정부의 세금 수입을 269조 4000억원으로 예상했다. 정부 계산보다 18조 3000억원 많다. 이는 2012년부터 작년까지 지난 5년간 1~10월에 걷힌 세금이 한 해 세수의 88%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해 11·12월에 나머지 12%가 들어오리라고 추정한 결과다.
이 전망대로라면 내년 세수도 정부 예상을 많이 넘어설 수밖에 없다. 정부는 내년 국세 수입을 268조 1000억원으로 예측했는데, 올해 걷히는 세수가 이미 이를 1조원 이상 초과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내년 국세 수입이 적게는 282조 7000억원에서 많게는 291조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 의원은 추정했다. 정부 전망 대비 최대 23조원 규모 ‘초과 세수’가 발생하리라는 것이다.
초과 세수는 정부의 내년도 명목 경제 성장률 전망치(4.5%)에 최근 5년 및 2년간 평균 국세 탄성치(1.1 및 1.79)를 적용해 계산했다. 조세 수입 탄성치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대비 조세 증가율로, 경제가 1% 성장할 때 세금 수입이 몇 % 늘어나는지를 가리키는 지표다. 보통 현시점에서 3년 차 이후의 세수를 추계할 때 사용한다.
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비과세·감면을 대폭 줄이고 애초 연간 2조원 정도로 예상했던 담뱃세 증세 효과도 8조원 수준에 이르며 세수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 세제실 관계자는 “연간 세수 실적 대비 진도율은 해마다 다르므로 과거 진도율 평균을 적용해 기계적으로 세수를 추정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넘치는 세금 탓에…내년 정부 적자 ‘11년만에 최소’ 전망도
문제는 이처럼 막대한 초과 세수가 쌓이면 정부 재정이 민간 경제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가 “복지 확대 등 확장적 재정 정책으로 경제 회복세를 뒷받침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정작 실제 재정 기조는 ‘긴축’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세수의 ‘나 홀로 호황’으로 들어오는 돈이 예상보다 훨씬 많아져서다.
실제로 본지가 추 의원 전망을 바탕으로 내년 정부의 관리재정수지를 다시 계산해 봤더니, 적자액이 정부가 예상한 28조 5000억원에서 9조 100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이는 2007년(6조 8000억원 흑자) 이후 11년 만에 최소다. 초과 세수 23조원이 발생해 이 중 39.51%를 지방 교부금과 교부세로 나눠주고 나머지를 정부 수입으로 반영한다고 가정한 경우다.
관리재정수지는 정부의 전체 수입에서 지출을 빼고 매년 대규모 적립금이 쌓이는 국민연금 등 4대 사회 보장성 기금 흑자를 추가로 제외한 것이다. 정부가 실질적인 나라 살림살이 지표로 사용한다. 관리재정수지 적자액이 11년 만에 가장 적다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이전 이명박·박근혜 정부보다 훨씬 ‘짠물 예산’을 편성했다는 뜻이다.
◇내년 재정 정책도 ‘가불’…1분기 후 추경 편성 가능성↑
내년에 정부가 4년 연속 추경을 편성하리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추 의원은 “올해 초과 세수 18조원이 세계 잉여금(정부가 쓰고 남은 돈)으로 처리되면 이중 약 9조원을 당장 내년 추경에 활용할 수 있다”며 “내년에 예상되는 초과 세입액 14조 6000억~23조원도 추경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만큼 많게는 20조~30조원 규모 슈퍼 추경이 내년 상반기 지방선거를 앞두고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이런 생각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당장 정부는 전체 내년 세출 예산의 41.1%를 1분기(1~3월)에 집중해서 쏟아붓기로 했다. 1분기 예산 배정률로는 2013년(45.1%) 이후 5년 만에 최대다. 한 해 예산을 연초에 대폭 당겨 쓰는 ‘가불 정책’ 탓에 하반기로 갈수록 재정 여력이 바닥날 여지가 큰 것이다.
기재부 예산실 관계자는 “1분기에 세출 예산을 많이 배정한 것은 일자리 사업을 조기에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며 “초과 세수가 생기면 추경에 돈을 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지, 반드시 추경하라는 법은 없다”고 말했다.
◇나랏빚 갚아야 VS 복지 늘려야…‘추경 요건’ 재검토 주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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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곳간에 쌓이는 세금을 어떻게 써야 하느냐를 두고는 주장이 갈린다.
추 의원은 “초과 세수가 발생하면 미래 국민 부담인 국가채무부터 상환하는 것이 재정 운용의 기본”이라며 “정부는 추경 편성 유혹에 빠지지 말고 초과 세수를 통해 국가채무를 적극적으로 상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현 정부 인수위원회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일했던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새 정부가 세수가 얼마나 걷힐지 확신하기 어려워 지출 계획을 약하게 짠 측면이 있다”면서 “기재부가 세입 개선세가 구조적이고 지속적인지 판단해보고, 맞는다면 현 정부 기조에 맞게 복지 확대로 연결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참에 경직적인 추경 편성 요건을 다시 검토하자는 견해도 있다.
현행 국가재정법은 추경 편성 요건을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경기 침체, 대량 실업이 발생한 경우 등으로 못 박고 있다. 이처럼 예외적인 상황에만 추경 편성이 가능하도록 제한해 예상치 못한 세수 호조 등으로 지출 확대 필요성이 커져도 제때 대응하기보다 정치적 갈등만 낳는 사례가 많다. 미국과 일본, 독일, 프랑스 등이 행정부의 추경 편성권을 폭넓게 용인하거나 별도 요건 자체를 두지 않은 것과 대조적이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선진국의 경우 우리처럼 추경 편성을 엄격하게 제한하지 않는다”면서 “재정에 관한 관점을 정립하고 추경 요건을 지금보다 좀 더 유연하게 할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