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정부가 고소득층의 세부담을 늘리고 반대로 저소득층의 세부담은 줄여주기 위한 방안으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키로 했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혜택을 강화하며, 논란이 많았던 종교인 과세도 시행키로 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2013년 세법개정안’ 공식 브리핑에서 “소득공제가 고소득층에 유리한 구조로 알려져 있는만큼 이를 바꿔서 소득 재분배 기능을 강화하려는 취지”라면서 “앞으로 5년간 조세정책은 ‘원칙에 입각한 세제의 정상화’를 테마로 조세부담수준의 적정화, 조세구조의 정상화, 조세지원의 효율화 등 3가지 정책목표를 가지고 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현 부총리와 김낙회 세제실장과의 일문일답이다.
-고소득층에게 유리한 방식인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연봉 5500만원 이상인 근로자들의 세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는 중산층에 대한 세제지원 강화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연봉 5500은 중산층으로 분류되는 것 아닌가.
▲현오석: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소득공제가 고소득층에 유리한 구조로 알려져 있어 이를 바꿔서 조세 소득 재분배 기능을 강화하려는 취지다. 중산층의 기준은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해서 평가했다.
▲김낙회: 세액공제 전환에 따라 실질적으로 세부담이 늘어나는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28% 정도다. 세제지원 강화에서 언급한 중산층의 개념은 가구소득 기준이라 이와는 차이가 있다.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을 보면 증세에 대해서는 표현이 안돼 있다. 부가세율이 다른 나라보다 낮다고 하는데 이를 손댈 계획이나 세수여건 안좋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세율 인상 계획은 없는 것인지.
▲현오석: 앞으로 많은 국가들이 재정건전화를 추진하는데 있어서 세입확충면에서 세원의 확장이 전반적인 경향인 것 같다. 현재는 세원을 확충하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마련하고 있다. 그렇기때문에 정부 초기에 비과세·감면,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강조한 것이다. 증세보다는 세원 확보 측면에서 봤기 때문이다.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앞으로 경제여건을 봐야하지만 증세에 있어서는 공론화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는 세원의 확대가 정책 방향이다.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을 보면 조세부담률에 대해 오는 2017년까지 21%가 목표다. 복지재정이 부족한 시점에서 적정한 수준이라고 보는지, 그리고 지금의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으로 가능한 수준이라고 생각하는지.
▲현오석: 조세부담률의 적정수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논의 있을 수 있다. 공약가계부 상 나타난 세수 출연으로 봤을 때 21% 수준에 도달한다고 예상하고 있어서 이번에 제안한 것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세출을 효율적으로 써야한다고 봐야한다. 세원 확보도 중요하지만 범위 내에서 어떻게 세출 효율화 시키느냐쪽에 좀 더 중점을 둔다면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고 본다.
-법인세 간소화로 대기업들의 세부담이 줄어들 수 있고 중소기업 세부담이 커질 수 있다. 재산과세제도 역시 자산가들에게 유리하겠다는 지적이 있는데.
▲현오석: 이번 세법개정안에서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굉장히 강조돼있다. 일자리 창출이나 창조경제와 관련,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이 강조되는 쪽으로 세제개편의 큰 방향이 책정돼 있다.
-법인세의 경우 과세표준에 따르면 2억원 이하는 10%, 200억원 이상은 22%다. 과세표준을 통일한다고 가정하면 20% 이상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2억원을 버는 중소기업은 당연히 받고 있는 세감면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고 내야하는 세금 부담도 커지게 된다. 이 부분에서 부자감세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김낙회: 확대해석 할 필요는 없다. 법인세의 경우 대개 단일세율로 운영하거나 OECD 국가 중 11개 국가 정도가 복수세율로 운영하고 있다. 3단계 세율 운영하는 국가는 미국, 벨기에 정도로 알고 있다. 3단계 세율을 운영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가급적 3단계 세율 체계를 2단계 정도로 축소하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다. 현재는 이를 높여서 통일할지 낮춰서 통일할지 생각하지 않고 있다.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과세 완화한다 했는데 대기업 혜택 주겠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김낙회: 기업 내부거래에 대해서 과세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이다. 내부거래는 대기업을 겨냥한 것이 아니고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기업 경영 효율화 목적으로 분사하는 경우가 있는데, 분사 전에는 회사 내에서 이뤄지는 거래라 일감몰아주기 과세가 안된다. 하지만 분사하는 순간 과세되는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어 모회사가 자회사의 100% 지분을 가지고 있다면 이는 당연히 한 몸으로 볼 수 있으니 이런 것에 대해서는 내부거래로 보겠다는 말이다. 대기업을 지원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기업 경영의 효율화에 걸림돌이 되지 않게 하겠다고 이해하면 될 듯하다.
-종교인 과세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김낙회: 종교인 과세는 여러 종교단체들과 여러차례에 걸쳐서 협의했다. 종교인들의 입장은 세금을 내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종교인을 근로소득자로 보는 것은 부담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예를 들어 교회에서 사역을 하고 받는 부분을 사례금이라고 하는데, 이에 대해서 과세 하겠다는 것이다. 사례금에 대해서는 80%를 필요경비로 인정해준다. 나머지 20%에 대해서 세율을 20%로 과세한다. 100을 받으면 4%의 세율로 과세하게 되는 형태로 보면 된다. 원천징수로 끝날 수도 있고 종교인이 종합소득으로 신고해서 기본공제 받겠다고 하면 그렇게 해도 된다.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전환되면서 가장 큰 문제점은 6000만원 소득자의 경우 사실상 지출액이 굉장히 많은데 이런 사람들의 소득공제가 줄어들게 된다는 점이다. 그런 부분에 대한 지적이 있는데 보완을 어떻게 할 생각인가.
▲김낙회: 소득계층별로 따졌을 때 연 소득 4000만원까지는 현재보다 세금이 준다. 4000만원 초과 구간부터 세금이 늘어난다. 5000만원까지 구간은 현재 평균 세금 부담이 83만원인데 앞으로 99만원 된다. 8000만원 구간 되면 5.5% 세율에서 6%로 0.5%포인트(P) 늘어나게 된다. 3억원 초과하면 29.4%의 실효세율이 30.8%로 1.4%P 늘어난다. 따라서 전반적으로 보면 7000만원까지는 그렇게 세금 많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한달에 만원 정도 늘어나는 것이다. 8000만원 소득자도 액수로 따지면 1년에 33만원이 늘어나는 셈이니 보기에 따라서는 그렇게 부담 크게 늘어나는 것 아닐 수 있다.
-종교인과 관련한 세금 통계도 없고 범위도 모호하다.
▲김낙회: 세법에서 종교인에 대한 정의를 내리려 한다. 이번에 종교인에 대해서 과세 하고자 한것은 과세 사각지대 였던 부분을 과세권으로 끌어들인데 의미를 둔 것이다. 종교인 범위가 명확치 않겠지만 앞으로 제도 운영해가다보면 점점 개선될 것이다.
-특별공제쪽에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게 되면 과표구간이 바뀌는 사람들이 나올 것으로 보는데.
▲김낙회: 그 부분은 좀 더 봐야하지만 우선 그 모든 것을 다 반영돼서 세부담 변화 금액이 나온 것이다.
-필요하면 증세도 검토할 수 있나.
▲김낙회: 기본적인 방향은 공약가계부상 2017년까지 조세를 통해서 48조원을 조달하게 돼있다. 48조원은 비과세·감면,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해서 조달할 수 있다. 혹시나 추가 재원이 필요한 경우 있다면 그때는 사회적 합의, 공론화 과정 거쳐서 증세를 추진할 수도 있다. 원론적인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