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최근 약값 인하에 내수 침체까지 겹치면서 제약업계에 먹구름이 가득하지만, 오히려 실적이 좋아지고 있는 제약업체가 있다. 바로 동성제약이다. 의약품 외에도 염색약과 화장품 등으로 매출 구성이 다변화돼 있는 덕분이다.
지난 19일 서울 도봉구 방학동 동성제약 본사에서 만난 이양구 사장은 “경기가 안 좋아질수록 동성제약의 매출은 오히려 늘어나는 편”이라면서 “지갑이 닫히면서 직접 염색을 하려는 수요가 많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동성제약의 역사는 한국의 염모제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귀비, 훼미닌, 세븐에이트 등이 대표적인 동성제약 제품이다. 최근에는 거품 방식의 염모제인 ‘버블비’가 인기를 끌면서 제2의 도약에 나서고 있다.
과거 동성제약의 성장은 다소 정체돼 있었다. 염색약이나 정로환 등 효자 상품들 덕분에 안정적인 매출 증가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창업 2세대인 이 사장은 이대로는 뒤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동성제약을 다시 뛰게 하려고 연구개발(R&D) 관련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는 “2000년에 의약분업이 시작됐는데 동성제약은 2003년 말이 돼서야 전문의약을 시작했다”면서 “그만큼 선제로 나서는 것에 관심이 없었는데, 그러다 보니 성장세가 크지 않게 됐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 대표적이 성과가 염색약 버블비다. 이 사장은 “일본에 갔더니 거품으로 된 염모제가 있었다”면서 “거품이 흐르지 않는 게 중요했는데, 현재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그 기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버블비 덕분에 올해 실적도 호조를 보일 예정이다. 올해 매출액은 900억원을 달성할 전망이다. 창립 후 최대 규모다. 2년 전 과징금 등 일회성 비용 지출로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이제 턴어라운드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작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784억원과 36억원을 기록했다.
이밖에 동성제약만의 전문의약품을 갖기 위해서도 분주하게 노력하고 있다. 이 사장이 현재 가장 눈여겨 보고 있는 것은 러시아에서 개발된 광역동 치료(PDT)다. PDT란 일정 부위에 빛에 반응하는 광과민제를 바른 뒤 특정 파장의 빛을 쏘이면 질병세포에만 선택적으로 빛이 축적돼 치료적 효과를 갖는 방법이다.
LED 사업에도 진출했다. 100% 자회사인 동성루맥스를 세운 것. 이 사장은 “치료할 때 레이저를 쏘는 것에 착안했다”면서 “LED는 무게가 가볍다는 점에서 이용하기 편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해외 수출에 나서고 있으며, 제대로 키워 기업공개(IPO)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