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사장이 5년 차 직장인이 됐을 때다. 저녁에 동료와 술을 마시다 `회사가 왜 이 모양이냐`고 실컷 흉을 봤단다. 다음날 회장 비서실에서 전화가 왔다. 회장실로 올라오라는 전갈이었다.
`이제 잘리겠구나`라는 생각으로 회장실에 올라갔는데 이병철 회장이 이렇게 말했다. "어제 술자리에서 당신이 하는 얘길 들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가만히 듣고 있자니 당신 말도 맞더라. 당신이 직접 회사를 바꿔봐라."
지난 23일 모교인 연세대학교에서 삼성 `열정樂서` 강연에 나선 윤 사장은 고 이 회장과의 첫 만남을 그렇게 회고했다.
윤 사장은 1979년 삼성생명(032830)으로 입사한 이후, 수많은 기록을 세워왔다. 삼성에서 33년 일하면서 9번 발탁됐고, 30대에 임원을 달았다. 지난 2008년에는 최연소 최고경영자(CEO) 자리도 꿰찼다.
고 이 회장과의 만남 이후 윤 사장은 삼성 비서실에서 일하며 신경영을 전파하고, 삼성경제연구소와 삼성그룹 홍보팀장을 거친 뒤 지난 2009년부터 삼성석유화학 사장을 맡아 흑자 전환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삼성서울병원 지원총괄 사장 겸 의료사업일류화 추진단장을 맡고 있다.
윤 사장은 이처럼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이유로 남들과 다르게 살기 위해 노력했던 점과 `호기심`, `상상력`을 꼽았다.
그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학점 2.0으로 졸업했다. 당시 삼성보다 인기가 많았던 대우 등 대기업에서는 그를 받아주지 않았다. 원하는 곳은 다 떨어지고 받아주는 곳은 삼성뿐이었다. 그에게 찾아온 기회를 그는 놓치지 않았다.
처음에는 괴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호기심을 발동했고, 이후에는 생존을 위해, 즐거움을 위해 호기심을 가졌다. 호기심과 상상력으로 일을 추진하다 보니 남들과 다른 성과가 나타났고 덕분에 윤 사장은 많은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윤 사장은 질문하는 습관을 기르라고도 조언했다. 고 이 회장은 `5 Why`를 경영 철학으로 삼았다고 한다. 직원들에게 "왜 그럴까", "어떻게 그렇게 됐나", "뭐가 잘못된 건가", "어떻게 되고 있나",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 다섯 가지 질문으로 잘못된 근본부터 바로잡았다는 설명이다.
책을 많이 읽고, 경쟁을 받아들이되 즐기자는 메시지도 빼놓지 않았다. 윤 사장은 5년에 한 번씩 화두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호기심과 상상력을 갖고 일하라는 조언과 함께 강연을 마쳤다.
한편, 강연 전 기자들과 만난 윤 사장은 "삼성병원은 이제 세계적인 병원으로 발돋움할 것"이라며 "큰 그림은 3월 말쯤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사장은 "암과 뇌신경, 심혈관과 이식 등 고급 의료서비스를 중심으로 보통의 1, 2차 병원이 할 수 없는, 삼성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며 목표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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