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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도전과 비전)③LG 정도경영 60년 `시련은 없다`

양효석 기자I 2007.01.04 14:31:09
[이데일리 양효석기자] ""미래를 위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습니까.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LG만의 전략은 무엇이며, 이를 위한 역량확보 방안은 구체적으로 준비되어 있습니까"
 
2007년 정해년 첫날. 구본무 LG 회장이 "LG인이라면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엄숙한 질문"이라며, 전 계열사 임직원들에게 던진 화두다. 구 회장의 이 질문 한 마디에는 LG가 현재 직면한 현실과 나아갈 방향이 분명히 드러나 있다.
 
인화와 정도경영을 지향하며 착실히 성장해 온 LG가 올해로 창립 1갑자(甲子)를 맞았다. 그동안 LG의 인화와 정도경영은 결속력을 다지고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는데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최고가 되기에는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최근 LG는 인화와 정도경영에서 한 단계 나아가 강한 승부욕을 보이고 있다. 일찌감치 구씨와 허씨 두 가문의 동업을 청산하고 지주회사 전환으로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했으며, 주력계열사를 전자·화학·LCD에 두면서 2등의 꼬리표를 떼고 1등으로 거듭나기 위해 힘찬 도전에 나섰다.
 
구본무 회장은 지난 연말에는 과거 어느 때보다 혁신적이고 과감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LG전자·LG필립스LCD 등 실적 악화에 시달려온 주력계열사 CEO를 대거 교체하기도 했다. `실적`만이 살 길이라는 결연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구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서도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경영진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미래를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이를 철저히 실천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지금이 LG에게는 지난 60년의 성과를 기반으로 100년을 넘어설 위대한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느냐를 갈음하는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인화`와 `정도경영`을 거쳐 `1등 LG`를 향한 LG의 도전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신용과 인화` 거쳐 `정도경영`으로 성장..`만년 2등` 한계도 

1947년 LG의 효시가 되는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를 창업했던 연암 구인회 창업회장이 어느 날 20여명의 전 직원들을 불러세웠다.

"보래이. 가령 크림 백 통 가운데 불량품 한 통이 섞여 있다면 다른 아흔아홉 통도 모두 불량품이나 마찬가진 기라. 아무거나 많이 팔면 장땡이 아니라 한 통을 팔더라도 좋은 물건 팔아서 신용쌓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그들은 와 모르나"

연암의 경영철학이 어떤 것인지를 잘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연암의 경영철학은 거창한 학문적 뒷받침으로 빚어진 산물이 아니다. 그의 통찰력과 판별력, 정감이 섞여서 빚어낸 천성적 철학이었다는 것이 정평이다.

연암은 인화와 신용, 기술개발을 바탕으로 새로운 부와 기회를 창출한 혁신적인 개척자형 기업가로 설명된다. 인화와 기술개발을 전제로 하는 연암의 신념과 투지력은 LG를 이끌어 가는 정신적 기초가 됐다.

연암이 인화를 강조했던 말은 오늘까지 LG인에게 전해져 내려온다.

"지금 가까스로 궤도에 진입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기업이 장차 웅비(雄飛)를 이룰 수 있느냐 없느냐는 오로지 사람 쓰기에 달려 있는 기라. 모든 일은 사람에 의해 성패가 갈라지는 만큼 사람을 잘 써야 한다" 

연암 구인회 창업회장에 이은 상남 구자경 명예회장 시절의 LG는 '정도경영`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했다. 정도경영을 이끌어온 구 명예회장의 경영철학에는 항상 `고객`이 자리잡고 있다.

구 명예회장은 1990년 2월 LG의 창업이념이었던 `인화단결, 연구개발, 개척정신`을 승화시켜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와 `인간존중의 경영`이라는 새로운 경영이념을 제정립하면서 LG 고객경영을 체계화시켰다. 
                                                                                                                    
구 명예회장은 세계 어느 시장에서도 경쟁력 있는 우량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고객을 위하고 고객의 만족을 최우선으로 하는 가치관이 전 임직원의 새로운 정신적 지주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객을 한 사람 잃고 한 사람을 확보하면 그것은 현상유지에 지나지 않는다. 고객을 한 사람 잃으면 그 고객의 불만스러움으로 인해 열 명의 고객을 잃을 수 있다"는 구 명예회장의 말은 그의 고객경영을 한마디로 대표하기도 한다.
 
이 기간에 `인화`와 `정도경영`을 바탕으로 성실하게 LG였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만년 2등`이라는 꼬리표가 아프게 따라 붙은 게 LG의 현실이자 한계이기도 했다.

◇구본무 회장 "고객가치 기본은 시장선도"..`1등주의` 강조 

2006년 8월24일 LG인화원. 글로벌 CEO 전략회의를 위해 모인 강유식 ㈜LG 부회장, 김쌍수 LG전자 부회장, 구본준 LG필립스LCD 부회장, 김반석 LG화학 사장 등 LG의 최고경영자 40여명이 진지한 표정으로 앉았다.

이 자리에서 구본무 회장은 "그동안 고객중심경영을 지속 강조했으나 아직도 내부관점에서 공급자 중심의 생각으로 경영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단기실적에 연연해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일들을 소홀히 하는 관행이 남아있다"고 질타했다.

구 회장은 이어 "경영의 최우선 순위를 고객에게 두고 각사에 적합한 고객가치 혁신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철저히 실천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구 회장은 고객가치 창출의 기본은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에서 나온다고 보고 있다. 경쟁사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탁월한 제품과 서비스로 한발 앞서 고객이 인정하는 가치를 창출해 LG브랜드를 새로운 가치창출의 상징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사실 구인회 창업회장과 구자경 명예회장과 색깔을 달리하는 구본무 회장의 `1등 주의` 공격경영은 취임 초기부터 나타났다.
 
회장 취임 전에도 LG를 2등이라고 부르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던 구 회장은  취임해인 95년 한 간담회 자리에서 "LG는 최고·일등의 목표를 설정하고, 철저한 능력을 바탕으로 최고주의, 일등주의를 추구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그는 이어 2000년 신년사를 통해 "약자는 도태되고 강자만이 남는 냉혹한 현실에서 생존하기 위해, 새 모습으로 거듭나 초일류 기업들의 중심에 우뚝 설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2002년에도 "지금은 1등이 아닌 기업은 인정해 주지 않는 시대"라며, 임직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
 
구 회장은 최근 임원 세미나에서도 "기업에 있어서 경영은 성과로 평가 받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성과란 단순히 예전보다 조금 나아졌다거나 프로세스나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경쟁사를 이기고 확실한 우위를 점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사실 구 회장의 이러한 `1등 주의, 성과주의` 의지는 지주회사 전환과 GS·LS그룹의 계열분리 이후 더 뚜렷해졌다. 주력해야 할 사업대상이 명백해졌기 때문이다.

계열분리 이후 구본무 회장은 전자, 화학, 통신·서비스를 핵심 사업영역으로 삼아 글로벌 영역을 높였다.

전자부문에서 세계 각국에 100여 개의 현지법인을 설립, 글로벌기업으로 면모를 갖췄다. LG전자는 전체 매출가운데 해외매출 비중이 80%에 달한다. LCD사업은 1999년 합작법인 출범 이후 세계 1위의 위상을 지켜오며 글로벌 선두기업으로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다.

화학사업부문에서 현대석유화학을 인수, 석유화학산업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했고, 2차전지 및 편광판 등 정보전자소재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시키고 있다. 96년 LG텔레콤으로부터 시작된 LG의 통신서비스사업도 LG데이콤과 LG파워콤 인수를 통해 통신사업의 새로운 강자로 커가고 있다.
 
하지만 1등을 향한 LG의 미래가 장밋빛 만은 아니다.
 
LG전자는 경기사이클을 심하게 그리고 있는 휴대폰과 디스플레이 업종을 빨리 정상쾌도로 올려야 하며, LG필립스LCD는 지난해 수천억원에 달하는 적자폭을 만회해 조 단위 투자비를 만회해야 한다. LG데이콤·LG텔레콤·LG파워콤 등 통신 3사도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서비스업계의 강자로 빨리 등극해야 한다.  
 
그룹전체의 볼륨을 키우기 위해서는 현재의 사업구조 이외에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절실하다.  구본무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과 잠재력 있는 LG인의 단결력이 절실한 때이다.

`07 도전과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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