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MS)⑤"금리하락시킬 강한 모멘텀 아직 안보여"-SK증권 양진모

이학선 기자I 2006.02.07 14:39:54

"채권투자 좀더 기다려 보는 것이 바람직"
"한은, 과잉유동성에 대응할 것"

[이데일리 이학선기자] 이데일리 봄스(BoMS) 멤버인 양진모 SK증권 애널리스트는 "통화정책 사이클 상 콜금리 인상이 이번이든 다음이든 적어도 상반기에는 인상쪽에 놓일 수 있다"며 "시장 금리 하락을 이끌만한 어떤 강한 모멘텀이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양 애널리스트는 "채권시장은 2월에 콜금리 인상을 하면 오히려 불확실성이 해소되므로 호재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보고 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진 듯 하다"며 "직접적으로 지적하지는 않지만 부동산 가격이 지나치게 상승하는 것은 중앙은행에 매우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8·31대책과 콜금리 인상 등을 거쳐 부동산 가격 상승 속도를 다소 주춤하게 했을 뿐 시중의 과잉 유동성은 자산가격을 거품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나올 것이고 부인은 하겠지만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도 이에 맞춰 진행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시장을 대할 때 늘 유연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일단은 당국의 정책이 진행 중인 시기이므로 채권투자에 있어서 어느 쪽으로든 극단적 판단을 서두르는 것보다는 좀더 좋은 기회를 참고 기다려보는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양진모 애널리스트의 봄스 원고 전문이다.


◇버려야 할 고집, 그러나 남는 미련과 의심

시장을 대할 때 늘 유연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한다. 고집을 피워서도 안되고 자신의 주관적 논리를 앞세워서도 안된다고 한다. 2월 금통위를 앞두고 이러한 말들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사실 뚜렷한 하락 모멘텀이 보이지 않아, 약세 분위기가 이어지거나 시장금리가 박스권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었지만, 지난 1월, 그리고 지난 주까지 극단적으로 국고채 10년물로 채권 포트폴리오를 가득채운 투자자들은 좋은 성과를 냈을 것이다.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이 1월 2일 5.16%에서 4.93%까지 23bp 하락할 동안 국고채 10년물은 5.72%에서 5.40%까지 32bp 하락하여, 레벨 뿐만 아니라 듀레이션까지 감안하면 월등한 성과를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사는 1월 투자전략으로 1년물 캐리(Carry)를 권고했었는데 통안채 1년물 수익률은 같은 기간 4.69%에서 4.61%로 하락하여 장기채에 비해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렇다면 그냥 간과해버린 모멘텀이 있었을까? 일각에서는 수급을 말한다. 비록 1월에도 자산운용사들의 장단기 채권형 펀드 수탁고는 감소세를 보였지만, 지난해 금리 급등에 따른 손실로 운용제한을 받았던 기관들이 제한에서 풀려나고 새 돈이 들어오면서 과매도를 해소시켰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기술적으로도 10년물의 경우 장기 이동평균선을 차례로 깨고 내려오는 흐름이 있었다. 3년물도 중요한 추세선인 60일 이동평균선을 깨고 하락했다.

1월 금통위도 큰 몫을 차지했다. 1월 금통위 이후 강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코멘트가 원칙론만을 언급하고 2월 금리 인상의 단서가 될 만한 시그널이 없이 끝난 것도 요인이었다. 환율은 하락했지만 이에 따른 국고채나 통안채 물량은 많지 않았다. 국제 유가도 경기에 부담을 줄만큼 올랐다. 게다가 1월 중순 이후에는 주식시장도 급락세를 보이면서 시장금리 하락에 우호적 변수가 되어 주었다.

하지만 반대로 1월 수출이 예상을 크게 밑돈 것을 제외하면 경기 지표들은 예상에 근접하였고 호조세를 이어갔다. 12월 소비재 판매가 호조를 보였고, 설비투자도 개선되는 모습이다. 1월 유통업 매출도 10%대 후반 정도로 늘어났고, 신용카드 사용액도 19% 가량 늘어났다. 1월말 발표된 12월 산업생산은 예상을 다소 밑돌았지만 긍정적 수치였고, 2월말 발표될 1월 산업생산은 기저효과로 다소 둔화될 것으로 보이는 한편, 3월말 발표될 2월 산업생산은 지난해 2월이 크게 좋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개선되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수출도 선박, 자동차 등의 계절적 요인을 감안하면 크게 나쁜 수준은 아니다. 2월에 다시 반등할 것을 생각하면 본격적인 둔화가 보장된 것은 아니다. 물론 연간 수출증가율이 당초 기대와 같이 10%대를 넘어설 수 있을 지는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뚜렷한 상승 곡선을 그리기에는 모멘텀이 필요해 보인다.

◇재료들간 힘겨루기 중..향후 시장 주도할 변수는

여러 변수들이 한쪽 방향을 지지하는 쪽으로 몰리기보다 서로 다른 모습들을 보이면서 채권에 있어 투자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군다나 통화정책도 지난해 12월에 앞당겨 콜금리 인상을 단행했던 탓에 다소 느긋했던 지난 1월 금통위와 달리, 이번에는 콜금리 인상 여부도 묘연하지만 금통위 이후 시장금리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 것인가까지 생각하면 답을 쉽게 찾기 어렵다. 1월 수출증가율이 비록 여러 계절적, 일시적 요인에 기인했음에도 헤드라인 수치가 기대 이하로 떨어졌고, 환율 하락으로 수출을 포기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콜금리 인상이 원화절상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하는 상황에서 주식시장도 조정장세가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행여 하락 추세가 본격화될 때 콜금리 인상이 촉매가 되었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콜금리 인상을 단행할까라는 의문이 있다.

특히 지난해 9월에 10월 콜금리 인상을 강하게 예고했던 것에 길들여졌는지, 지난 1월 금통위 이후의 코멘트는 2월에 바로 콜금리 목표수준을 인상할 것으로 들리지는 않았다. 2006년 연간 통화정책방향에서 시장에 대한 시그널링을 높이겠다고 밝힌 만큼 `친절한 콜금리 인상 시그널`을 지난 1월에는 찾아보기 힘들었으므로 내심 당사의 당초 전망처럼 이번에는 콜금리 인상을 하지 않고 코멘트만 강력하게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채권시장은 2월에 콜금리 인상을 하면 오히려 불확실성이 해소되므로 호재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과연 호재일까? 당초 중립적 수준까지 콜금리를 올리겠다고 언급했던 것에 기초하면 콜금리 인상이 거의 막바지 내지는 마지막일 수 있으므로 호재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그때와 달라진 듯 하다. 직접적으로 지적하지는 않지만 부동산 가격이 지나치게 상승하는 것은 중앙은행에 매우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831대책과 콜금리 인상 등을 거쳐 부동산 가격 상승 속도를 다소 주춤하게 했을 뿐 시중의 과잉 유동성은 자산가격을 거품으로 몰고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일본이 경험했던 부동산 버블 붕괴와 같은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로 연결된다. 물론 일각에서는 강남과 분당 등 일부지역에 국한된 현상이므로 미국의 오렌지 카운티와 같은 고급주택의 가격처럼 문제될 것이 없다고도 한다. 그러나 과연 국지적 현상일까? 그리고 강남 지역의 수많은 아파트가 모두 그와 같은 고급주택일까? 보다 다수가 부자인 사회가 바람직하겠지만 어떤 사회이건 일정한 비율, 즉 1% 내지는 5%만이 부유층을 형성한다. 절대 다수가 중산층이고 부유층 만큼의 소수가 극빈층으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다른 지역과 부동산 가치가 2~3배 차이 나는 지역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아마도 이러한 현상은 둘중 하나의 결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다른 지역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이 확산되어 시중 물가가 균형으로 수렴하는 것이 아닌 발산하는 결과로 이어지거나, 부동산 버블이 깨지면서 일본과 같은 침체를 경험할 수 있다.

투자 기회가 많은 상황에서는 과잉 유동성이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보다 건전하고 바람직한 생산적 투자기회를 찾기 어려운 지금 상황에서 손쉬운 부동산 쪽으로 과잉 유동성이 몰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올해 투자계획 조사를 보면 편차가 심한 것 같다. 전경련, 산자부, 산업은행, 각 증권사 CAPEX 조사 등에서 서로 다른 결과를 볼 수 있다. 조사자나 피조사기관에 따라 다른 응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집계 방법에 따라 다를 수 있고, 조사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렇지만 편차가 존재한다는 것은 경우에 따라 투자가 소극적이 될 수도 있고, 적극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소극적일 경우이다. 대기업들은 투자처를 찾기 쉽지 않다고 말한다. 정치적 환경도 기업의 투자 마인드를 감퇴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기업들의 현금성 자산은 늘어가고 있다. 대부분의 민간 경제 주체들도 마찬가지 사정일 것이다. 투자하여 일정한 기대수익률을 얻기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금리가 낮으면 쓸데없는 곳에 투자하거나 사업성이 없는 곳에 돈이 흘러 들어가게 할 수 있다. 투자에는 충분한 검토와 치밀한 계획이 필요한데 저금리로 인해 저축 등에 따른 이자로는 만족하지는 못하니 부동산 같은 손쉬운 대안으로나 몰리는 모양이다. 그래서 투자 대안이 없다는 것은 부동산 투기,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나타난다. 생산적 활동과 맞물려 성장과 부동산 가격 상승이 동반한다면 자연스러운 것으로도 볼 수 있겠지만, 생산적 활동이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만 상승한다면 사회적 갈등만 유발하게 된다. 일하고자 하는 의욕을 감퇴시키고 임금 인상 요구 등 노사관계를 악화시키는 배경이 될 수 있다.

아직은 정부와 중앙은행에 시간적 여유가 있고 정책 대응을 할 기회가 있다. 신뢰 여부를 떠나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나올 것이고, 부인은 하겠지만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도 이에 맞춰 진행될 수 있다. 물론 중앙은행이 보다 솔직하게 부동산 문제를 지적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당사는 올해 콜금리 인상을 한차례만 하고, 인상 시기는 5월경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전망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어떠한 명시적인 기준이 제시되고 그 기준에 맞추어 통화정책을 완화하거나 긴축하는 시스템이 아니고 경기, 물가, 자원배분 측면에서 적절한 균형을 추구하며 위협에 대처하는 방식이므로 돌발 변수가 발생하면 이에 상응하는 통화정책적 변화가 있게 되는 것이므로 전망과 다른 변수들이 생겨난다면 전망이 틀리게 되는 것이고 대응도 달라지는 것이다. 5월에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의회를 구성하는 선거가 있으므로 정치적 배려에서 이 시기는 피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당사 보고서를 통해 밝힌 바와 같이 1분기 경제지표들을 확인해야될 필요성과 총재 교체 일정만 놓고 보면 5월이 적당한 시기로 보여진다. 다만 지난해 9월 이후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패턴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적극적으로 선제성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특정시기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보다는 현재의 사이클이 어디에 있느냐가 더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세수부족, 일단 증세 쪽으로..채권시장에 호재?

시장의 움직임을 전망하는 애널리스트로 주제넘는 논의들을 떠나, 콜금리가 인상되던 동결되건 간에 그 이후 채권시장이 보다 강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채권시장 내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는 없다. 수익률곡선(Yield Curve)의 단기 영역은 상방 이동하고, 장기물(Long-End)를 비롯한 장기 영역은 하방 이동하는 플래트닝(Flattening)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를 굳이 정당화 한다면 변수들간의 크로스를 배경으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성장에 있어 내수와 수출이 서로의 주도적 위치를 바꾸면서 일시적으로 조정기를 겪는다고도 볼 수 있고, 성장률을 전년동기비가 아닌 전기대비 연율로 파악할 때 상반기에 다소 둔화되고 하반기에 좋아지는 것에 포커스를 맞춘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최근 증세 논란도 배경이 될 수는 있다. 증세냐 감세냐의 정치권 논란 이후 결국 부가세 대상 확대, 세제감면 축소를 통한 증세로 결론이 나는 듯한 모습이다. 개별 가계 당 부담의 크기는 크지 않겠지만 사실상 가계의 가처분소득은 줄어드는 것이고, 이는 다소나마 소비 위축으로 연결될 소지가 있다. 더군다나 채권시장은 자칫 세수부족을 적자국채발행으로 대신했을 때 가질 수 있었던 부담을 덜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고집 부리지 말아야..아직 오버슈팅 가능성 남아

하지만 이번 금통위 이후 조정을 겪은 후 그동안의 박스권 움직임에서 벗어나 시장금리 하락세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쪽으로 의견을 바꾸기에는 미련이 남는다. 통화정책 사이클 상 콜금리 인상이 이번이든 다음이 되든 적어도 상반기에는 인상쪽에 놓일 수 있고, 시장 금리 하락을 이끌만한 어떤 강한 모멘텀이 아직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장기채 입찰도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 1분기 미국 국채 발행 물량은 분기 단위 사상 최고 수준인 1,810억달러에 달한다. 7~9일에 걸쳐 3년물 210억달러, 10년물 130억달러, 30년물 140억달러 규모로 입찰이 실시되는데 이때 미국 국채수익률이 잘 버텨낼지도 의심이 간다. 또한 보고서에서도 언급했지만 버냉키 신임 FRB 의장이 과연 한두차례 금리 인상 후 기준금리 인상을 종결할지도 의심이 간다. 하반기에는 금리 인하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국제유가와 생산자물가가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10년이 될지 20년이 될지 모르는 FRB 의장으로서의 이미지 형성에 중요한 첫 1년을 유연한 총재로 각인되고 싶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시장에서는 고집을 부리지 말아야 한다는 격언이 있듯이 변수가 바뀌면 의견도 바뀌어야 하며, 늘 냉정하게 변수들을 따져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지만 시장에 맞서지 말라는 말도 있지만, 또한 정부 정책을 거스르지 말라는 말도 있다. 다수를 따라가면 바보는 면한다는 말도 있지만, 일단은 당국의 정책이 진행 중인 시기이므로 채권투자에 있어서 어느 쪽으로든 극단적 판단을 서두르는 것보다는 좀더 좋은 기회를 참고 기다려보자는 쪽에 미련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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