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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LCC 부족에 해상운임 폭등…장거리 원유거래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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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유 기자I 2026.09.20 15:5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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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전쟁에 VLCC 기근현상, 장거래 원유 경제성 '흔들'
美→亞 수송시 건당 5200만불 비용 발생, 전쟁 이후 확대
근거리 수요 확대, 유럽 현물 브렌트유 131불도 돌파
중동전쟁에 발묶인 VLCC, 원유시장서 '운임비' 영향 확대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부족 현상으로 인한 전 세계 원유 수송비 폭등으로 일부 장거래 원유 거래의 경제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중동전쟁의 장기화로 연료 수급이 어느 때보다 불안정한 상황에서 글로벌 원유 물동량 흐름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지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싱가포르 주롱섬 앞바다에 정박해 있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사진=AFPBB/로이터)
싱가포르 주롱섬 앞바다에 정박해 있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사진=AFPBB/로이터)
2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VLCC는 전 세계에서 빌릴 수 있는 수량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 같은 VLCC 기근 현상은 장거리에서 들여오는 원유의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한편, 정유사들로 하여금 근거리 지역의 물량을 싹쓸이하도록 부추기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현재 미국 휴스턴에서 아시아로 원유를 수송할 경우, 기본 원유 가격에 배럴당 약 26달러(화물 1건당 5200만 달러 수준)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이는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중동전쟁 개전 전만 해도 운임이 원유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다.

이 같은 상황에 유조선 시장을 이끄는 소수 선주들은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 주요 유조선 선사들의 주식 시가총액은 총 700억 달러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반대로 원유 트레이더들에게는 악재다. 물류비 부담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정유사들이 원유를 정제해 판매하더라도 이익을 남기기 어려워져서다. 휘발유, 경유 등의 석유제품 수요가 강력함에도 정유사들이 장거리 원유 구매를 꺼리게 하는 요인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핵심 항로 기준으로 200만 배럴의 원유를 싣고 페르시아만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VLCC의 일일 용선료는 120만 달러를 넘는다. 이 같은 운암 상승 압박은 전 세계 해운시장 전체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원자재 중개업체 트라피구라의 사드 라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블룸버그 원자재 투자자 포럼에서 “원유 수송 비용이 지금처럼 비쌌던 적은 없었다”며 “운임이 화물 전체 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짐에 따라, 물류 관점에서 훨씬 더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고 진단했다.

중동전쟁으로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이 뒤흔들린 이후 중요성이 더욱 커졌던 일부 장거리 수송 항로들은 이번 운임 폭등 여파로 동력을 잃고 있는 상황이다.

에너지 분석업체 보텍사의 선박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에서 아시아로 향하는 원유 물동량은 최근 몇 주간 운임이 약 3배 치솟으면서 급감했다. 블룸버그는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일본의 한 정유사가 최근 상대적으로 수송 거리가 짧다는 이유만으로 자국 정제 설비에 평소 잘 맞지 않는 알래스카산 원유를 매입할 정도”라고 전했다.

반면 근거리 지역에서 원유를 확보하려는 수요 확대는 유럽 원유 가격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최근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110달러 근처에서 고점을 찍었지만, 유럽 현물 시장 브렌트유 가격은 근거리 물량 확보 매수세가 몰리며 131달러를 돌파했다. 하지만 거리가 먼 앙골라산 원유의 경우 현재는 판매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에너지 분석업체 케플러의 수미트 리톨리아 선임 매니저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운임 수준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가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결국 차익 거래 항로를 막고 가장 비싼 장거리 원유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여파는 작은 규모의 선박으로도 전이되는 양상이다. 아시아 지역 정유사들은 미국산 원유 수송에 주로 쓰이던 VLCC 대신 700만 배럴급 아프라막스 유조선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대서양 연안에서 선적되는 화물의 경우, VLCC 1척대신 100만 배럴급 수에즈막스 유조선 2척을 계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의 운임 폭등을 이끈 가장 큰 원인은 중동전쟁의 여파가 크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 선박들이 오만 인근에서 화물을 환적하면서 더 많은 선박을 더 오랜 기간 묶어두고 있다. 타 유조선들은 지중해에서 화물을 적재하기 위해 아프리카 대륙을 우회해 운항하고 있고, 아시아 원유 수요자들은 차단된 중동산 원유를 대체하기 위해 미주 등 장거리 물량으로 시선을 돌리는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영향을 미치고 있단 분석이다.

자비에 탕 보텍사 선임 분석가는 “과거 원유 인도 가격에서 운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았으나, 이제는 원유 시장에서 훨씬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러한 현상이 최종 매수자들에게 연쇄적인 파급 효과를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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