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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23일 ‘12월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자영업자 부채의 잠재위험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 부채가 크게 늘어 지난 9월말 기준 전년 대비 14.2% 증가한 887조5000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내년 3월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지원 조치가 종료되면 차주들이 부담해야 할 원리금 수준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의 분석 결과 지원 조치 종료 시 기존에 유예된 원리금 상환액을 추가 부담하면서 자영업자의 DSR(41.3%)은 지원조치가 지속되는 경우(39.1%)에 비해 2.2%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업종에서 DSR이 상승하는 가운데 여가서비스, 개인서비스의 DSR은 각각 3.3%포인트, 3.7%포인트 증가한 56.1%, 65.9%로 추산됐다.
특히 개인사업자 등 자영업자의 부채는 일시상환(45.6%)과 만기 1년 이내(69.8%) 비중이 높아 대출금리가 오르고 규제가 강화될수록 차환 리스크가 큰 특징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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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의 대출 중 부동산담보대출 비중도 69.3%로 비자영업자(55.7%)보다 월등히 높다. 자산을 현금화하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긴 주택 이외 부동산담보대출도 그 비중이 29.0%에 달해 비영업자(11.7%)의 2.5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부동산 가격 하락 등의 위험에도 취약한 상황이다.
특히 자영업자의 대출 증가율을 소득 분위별로 나눠봤을 때 소득이 낮은 자영업자의 빚 증가세가 더 커졌다. 올 3분기 기준 1분위~4분위까지가 2분기 대비 대출 증가율이 커진 반면, 5분위는 2.1%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위 20%인 1분위는 0.8%포인트, 2분위는 1.4%포인트 증가했다. 3분위와 4분위도 각각 3.3%포인트, 4.0%포인트 늘었다.
지난해 저금리 기조와 재정, 금융지원 등이 이어지면서 상당수의 자영업자들의 빚으로 버티며 폐업을 미뤄왔다는 점도 향후 부실화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한은 측은 자영업자 폐업률이 지난해 11.8%에 그쳐 코로나19에 따른 매출 충격에도 불구하고 2019년(12.7%)보다 낮은 수치를 보이는 등 폐업이 지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자영업자의 빚 규모는 비자영업자에 비해 크고 소득 회복력은 낮아 대출 부실화 우려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9월말 기준 1인당 대출규모는 자영업자가 평균 3억5000만원, 비자영업자가 9000만원으로 집계돼 자영업자의 대출 규모가 4배 가량 더 컸다. 반면 소득은 코로나19 이후 임금근로자보다 큰 폭 감소한 뒤 아직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타격이 큰 숙박음식업 등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매출 및 생산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아직 밑돌면서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한 영향이 크다. 올 10월 기준 숙박음식업 생산은 2019년 12월(서비스업 생산지수 계절조정지수 기준)의 89.8%, 여가서비스업 생산은 72.8% 수준에 그쳤다.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지원이 종료되면 부동산업의 DSR 변화는 없지만 숙박음식업은 49.5%에서 52.2%로, 여가는 52.8%에서 56.1%, 개인서비스는 62.2%에서 65.9%로 상승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은 관계자는 “자영업자는 임금근로자 등의 비자영업자보다 대출규모가 크고 원리금 상환부담이 높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자영업자의 채무상환능력이 악화될 수 있어 관계당국·금융기관 등은 취약·고위험 자영업자에 대한 맞춤형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