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김 한 장에 달걀이 하나’란 속담의 과학적 근거가 제시됐다. 고혈압ㆍ당뇨병 환자용 김밥도 ‘김 종주국’인 우리나라에서 처음 개발됐다.
3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에 따르면 이날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김 소비촉진과 홍보를 위한 전문가 워크숍’에서 주제 발표를 한 대한영양사협회 이영은 회장(원광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은 “마른 김 100g 기준 단백질 함량이 36g으로, 다른 해조류(10g 내외)에 비해 월등 높다”며 “마른 김 5장(10g)엔 계란 한 개 분량의 단백질이 들어 있다”고 밝혔다. 속담에서 김을 계란에 견준 것은 둘 다 단백질이 풍부하다는 사실을 우리 조상이 생활 속에서 알아차렸기 때문이란 것이다.
김엔 다양한 비타민이 넉넉하게 들어 있다. 우리 조상은 푸른 채소가 부족했던 겨울에 김을 비타민 공급원으로 이용했다. 이 회장은 “김엔 특히 면역력을 높여주고 ‘눈의 비타민’이라 불리는 비타민 A가 다량 함유돼 시력 보호ㆍ야맹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며 “정월 대보름 절식인 복쌈은 눈이 밝아지고 명(命)을 길게 한다 하여 명쌈이라 부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우리 선조가 김에 눈에 유익한 비타민 A가 풍부하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았다는 증거다. 김엔 노화와 암을 예방하는 항산화 비타민으로 잘 알려진 비타민 C도 풍부하다. 중국의 고의서인 ‘본초강목’엔 “청해태(김)는 위장의 기(氣)를 강하게 하며 위장이 아래로 처지는 것을 막는다”며 위 건강에 이로운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날 워크숍에선 김이 위(胃) 건강에 이로운 과학적 근거도 제시됐다. 이 회장은 “김에 비타민 U란 항궤양성 물질이 양배추의 70배나 들어 있다”고 강조했다.
갑상선호르몬의 원료로, 기초대사량을 높이는 데 기여하며, 갑상선 장애를 예방하는 요오드가 풍부한 것도 김의 장점으로 거론됐다. 다만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어패류ㆍ해조류 섭취가 많은 한국인은 요오드를 과다 섭취할 수 있다. 갑상선기능항진증ㆍ갑상선기능저하증ㆍ갑상선염 등이 있는 사람은 요오드가 많이 든 해조류의 섭취를 삼가거나 대폭 줄여야 한다.
한국김산업연합회 정경섭 원장은 “김엔 단백질ㆍ비타민ㆍ미네랄 등 소중한 영양소가 풍부할 뿐아니라 ‘노화의 주범’으로 통하는 활성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성분도 듬뿍 들어 있다”며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 예방ㆍ혈압 감소ㆍ콜레스테롤 체외 배출ㆍ비만 예방 등 각종 생활습관병 예방에도 기여하는 해조류이므로 평소 반찬으로 즐겨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김을 재료로 해서 만든 대표적인 음식이 김밥이다. 김밥은 최근 1인 가구ㆍ혼밥족이 늘어나면서 요즘 소비가 더 가파르게 늘고 있다. 통계청의 서비스업 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김밥 전문점과 김밥을 파는 분식집은 4만3,212곳에 달한다. 이를 토대로 추정한 결과 우리 국민이 하루에 김밥 값으로 지출하는 금액은 100억원이나 된다.
살균과 적당한 간을 부여하는 소금(천일염)과 맛있는 향을 담당하는 참기름은 김밥의 주역이다. 소금을 사용하다 보니 김밥의 나트륨 함량이 다소 높은 것이 약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워크숍에서 이 회장은 “최근 전북대병원 박영민 임상영양사가 당뇨병ㆍ고혈압 환자나 이의 예방을 원하는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맞춤형 치료식 김밥을 개발했다”고 전했다.
김밥 속재료의 배합비율, 밥의 곡류 종류 등을 바꿔 고혈압 환자용 김밥은 478㎎, 신부전 환자용 김밥은 543㎎까지 나트륨 함량이 낮아졌다. 당뇨병 환자용 김밥은 채소의 아삭함과 담백한 맛을 이용해 1줄 열량을 455㎉로 낮췄다. 혈당을 올리는 당분 함량은 2g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