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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쌓으려는 김정은..한결 부드러워진 트럼프
김 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 전부터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중단하고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폐기하기로 하는 등 비핵화에 적극적인 모습을 내비쳤다. 남북정상회담에선 ‘완전한 비핵화’를 천명했다. 더 나아가 내달 중 핵 실험장 폐쇄 때 한·미 전문가와 언론을 북으로 초청해 대외 공개하겠다고 했고, 서울 표준시보다 30분 늦은 평양 표준시를 다시 서울 표준시에 맞추겠다고까지 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는 “남북, 북·미 간 교류 협력의 장애물들을 제거하겠다는 결단”(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라고 표현했다. 윤 수석이 공개한 남북 정상 간 비공개 대화를 보면, 김 위원장은 “미국이 우리에게 체질적 거부감을 갖고 있지만, 대화를 해보면 내가 미국을 겨냥해 (핵미사일을 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미국과 신뢰가 쌓이고 종전과 불가침을 약속하면 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느냐”고도 했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나를 믿어달라”며 ‘신뢰 쌓기’에 올인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반응도 일단 ‘긍정’ 쪽에 가깝다. 미 CBS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2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본부에서 열린 나토 외무장관 회의 직후 “김 위원장은 비핵화에 진지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문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남북정상회담과 관련, “남북관계 발전에 큰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고, 남북 정상이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를 선언한 데 대해 “남북한뿐 아니라 전 세계에 반가운 소식”이라고 반색했다. 이와 관련, 한 소식통은 “남북정상회담에서 기대에 부응한 결과를 나온 건 북·미 정상회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싸움 불가피..정치적 승부수, 오히려 ‘호재’
‘비핵화’라는 큰 목표는 확인했지만, 그 접근방식에서 이견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일단 김 위원장은 ‘단계적 비핵화·동시적 보상’ 논리를 펼 공산이 크다. 핵동결·핵시설 폐쇄·핵폐기 각각의 과정에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일괄타결식’ 해법에서 물러설 가능성이 없다. 북한의 시간벌기 전략에 말려들었던 과거 실패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것이다. 마지막 핵무기 폐기까지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진 보상은커녕 ‘평화협정’ 체결, 북·미 수교 등 평화체제 구축은 논의할 수 없고, ‘최고의 압박’ 전략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치열한 수 싸움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미시간주 워싱턴 유세집회에서 “나는 (회담장에) 들어갈 수 있지만, 성과는 나오지 않을 수 있다. (그러면 회담장을) 떠날 것”이라며 재차 북한을 압박했다. 이와 관련, 켄 가우스 미 해군연구소(CNA) 박사는 “김정은이 비핵화 과정을 어떤 식으로 규정하고 있는지 공동선언문에 나와 있지 않다”며 “비핵화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할지는 북·미 정상회담을 포함해 남은 회담들의 몫”이라고 했다.
다만, 두 사람 모두 ‘정치적 승부수’를 걸었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김 위원장은 김일성·김정일 체제 56년간 이어오던 ‘핵·경제 병진노선’을 폐기하면서까지 ‘비핵화’를 통한 ‘경제발전’을 북한 주민에게 선언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도 ‘너무 조급한 것 아니냐’는 미 조야 일각의 우려에도, 북·미 정상회담을 밀어붙였다. 비핵화 문제가 긍정적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넘어 2020년 재선가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소식통은 “북·미 정상회담이 김정은·트럼프 두 사람 모두에게 정치적 시험대가 될 수 있다”며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어깨는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